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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질라 덮친 美 동부.. 도시 기능 완전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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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질라 덮친 美 동부.. 도시 기능 완전 마비

입력
2016.01.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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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지역의 한 간선도로(123도로)에서 강력한 ‘눈 폭탄’으로 제 기능을 상실한 제설차 옆을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인근 주민들의 유유히 지나고 있다. 페어팩스=조철환특파원
23일 오후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지역의 한 간선도로(123도로)에서 강력한 ‘눈 폭탄’으로 제 기능을 상실한 제설차 옆을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인근 주민들의 유유히 지나고 있다. 페어팩스=조철환특파원

뉴욕에 63센티미터 눈 폭탄… 역대 세 번째

웨스트버지니아 주엔 100센티미터 美 최대 기록

저체온증, 교통사고로 최소 18명 사망

미 전역서 1조2000억원 이상 피해

거의 100년 만에 몰아 닥친 최악의 겨울 눈폭풍으로 미국의 정치ㆍ경제 중심지인 워싱턴D.C.와 뉴욕이 23일과 24일 도시 기능을 상실했다. 당초 우려한 시속 100㎞ 초강력 폭풍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1922년에 버금가는 적설량과 강풍으로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저지, 뉴욕 주 등 미 북동부 지역에서 큰 혼란과 피해가 발생했다.

24일 미 기상당국과 언론에 따르면 22일 오후부터 23일 저녁까지 휩쓴 눈폭풍으로 워싱턴D.C. 시내에는 최고 61㎝ 눈이 내렸고, 뉴욕에도 63㎝가 쌓였다. 워싱턴 D.C. 적설량은 100여명 사망자를 낸 니코보코 극장 붕괴 사건을 일으킨 1922년 눈 폭풍(66㎝)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뉴욕 적설량도 기상 관측이 시작된 1869년 이후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웨스트버지니아 그렌게리에는 100㎝ 눈이 내려 미국 기상청 비공식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동부를 강타한 폭설은 눈(snow)와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친 ‘스노마겟돈’ 이상으로 불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폭풍은 스노마겟돈으로 불렸던 2010년 2월(45㎝) 폭풍보다 훨씬 강력한 21세기 최악의 재해”라며 눈(스노)과 괴물 공룡(고질라) 이름을 합성한 ‘스노질라’라고 표현했다.

폭설 피해는 실제 예상을 넘어섰다. 뉴욕과 워싱턴D.C.,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등 미 동부지역 대도시 기능을 완전 마비시킨 것이다. 각종 중장비를 총동원한 제설 작업보다 눈 폭탄이 더 많이 쏟아지면서, 버지니아와 뉴욕, 메릴랜드 주정부는 한때 고속도로와 핵심 간선도로 통행이 유지되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도심 도로는 성인 허벅지까지 차 오르는 적설량과 눈보라에 따른 시계(視界) 불량으로 차량 운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뉴욕 시는 제설작업과 시민 안전을 위해 민간 차량과 보행자의 도심 통행을 23일에는 아예 금지시켰다. 또 뉴욕과 워싱턴의 지하철ㆍ노선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도 전면 중단됐다.

24일에는 눈폭풍이 그치고 하늘이 맑아졌으나, 도시 기능은 일부만 회복됐다. 제설 당국이 시내 주요 간선도로 위주로 작업을 벌이는 바람에 주택가 도로에는 여전히 눈이 방치됐기 때문이다.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23일 “주택가는 월요일(25일) 이후에나 제설이 이뤄질 것”이라며 일반 주민에게 월요일까지 외출을 자제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항공편 결항도 잇따르고 일대 우편 서비스도 모두 중단됐다. 약 1만여편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는데,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을 취항하는 대한항공(KE 093편)도 23일에 이어 24, 25일에도 결항이 확정됐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비롯한 13개 주에서 전력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해 15만9,000명이 애를 먹었다. 시야가 흐리고 도로가 미끄러워지면서 버지니아 주에서만 1,000 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교통사고와 눈 폭풍에 따른 저체온증 등으로 미 전역에서 23일 밤 현재까지 최소 18명 사망자가 발생했다. 눈 폭풍으로 불편을 겪은 인구는 8,500만명으로 미국인의 4분의1, 예상 피해액은 최소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로 추산됐다.

눈 폭풍 피해와 주민들이 대처하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 빈부 격차도 드러났다.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서민 거주지역에서는 폭설에 따른 정전과 생필품 부족을 우려한 식량과 월동장비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유사시 비상 발전기를 갖춘 고급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감지되지 않았다. 또 일부 중산층 이상 미국인들은 집을 비우고 인근 대형 호텔에 투숙하는 경우도 목격됐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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