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봉사활동 기금 마련을 위해 마라톤을 해온 ‘달리는 수행자’ 진오 스님이 베트남 학교에 화장실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베트남을 종단하는 2,200㎞ 구간을 완주했다.
진오 스님은 지난해 1월 한 달간 베트남 최북단 까오방에서 출발해 중부 다낭까지 1,000㎞를 달린데 이어, 지난달 25일부터 베트남 최남단 까마우성 남깐을 출발해 27일간 1,205km를 달려 지난 23일 다낭에 도착했다. 1차 종단은 북부에서 중부로 2차는 남부에서 중부로 나눠 뛴 것.
특히 이번 2차 베트남 종단에는 ‘나홀로 미대륙횡단’에서 성공한 마라토너 강명구씨가 함께 했다. 25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인 최초로 손수레를 끌고 미대륙을 횡단하는 마라톤에 성공한 강명구씨는 19일 베트남에 도착해 23일까지 진오 스님과 동반 달리기를 마쳤다.
진오 스님이 23일 다낭에 도착하기까지 베트남인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마라톤용 승복을 입고 염주를 목에 건 채 달리는 진오 스님은 2012년에도 베트남에서 500㎞를 뛰었다. 스님은 그 동안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모자가족, 북한 이탈 청소년을 돕기 위한 달리기를 꾸준히 이어왔다. 1㎞를 달릴 때마다 100원을 모금해 모자원을 운영하고 베트남 불우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고 학교 화장실도 만들어 줬다. 이번에 학교 화장실 108개를 만들어주기 위한 종주 마라톤을 시작하자 현지 매스컴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베트남 제2 일간지 또이체가 진오 스님의 탁발 마라톤을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특히 도착일인 23일엔 현지 승려들이 대거 응원을 나와 골인지점까지 함께 달렸다. 진오 스님 일행은 24일 다낭의 관세음사에서 과거 베트남전쟁에서 불행하게 희생된 양국의 넋들을 위로하고 양국의 우호증진을 축원하는 법회를 함께 했다. 베트남 전통불상과 한국 전통불상을 함께 모시고 있는 관세음사는 이들 일행을 위해 국보급 유물들을 보여주고 민속공연까지 베풀어주는 등 환대를 아끼지 않았다.
진오 스님은 베트남 종주마라톤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베트남 전쟁이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처님의 생명평화 입장에서 볼 때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며 “베트남 입장에서는 그 피해자이기도 해 미안함을 속죄하기 위해 탁발마라톤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베트남 종주를 마친 진오 스님은 국내로 돌아와 4월까지 조계종 교구 본사를 순례하는 탁발마라톤을 달린다. 이어 5월엔 네팔로 건너가 수도 카투만두에서 룸비니까지 360km를 달리며 학교지원 신축사업 모금을 펼치는 마라톤을 이어갈 예정이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