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에게해의 레스보스ㆍ로도스ㆍ코스ㆍ키오스ㆍ사모스ㆍ레로스 섬 주민들에게 노벨 평화상을!”
지난해 유럽 난민사태 당시 생업까지 포기하며 난민 구조에 나섰던 그리스 주민들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자는 청원 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쏟아져 들어온 시리아 난민들에게 희망과 구원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은 이름없는 그리스 주민들이야 말로 진정한 시대의 영웅이라는 외침인 셈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그리스 에게해 섬 주민을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하자는 국제인권단체 아바즈의 온라인 홈페이지 청원 운동에 24일(현지시간) 현재까지 29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아바즈는 “섬의 평범한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유럽 난민위기의 최전선에서 수개월 동안 전쟁과 테러를 피해 찾아온 수많은 사람을 구하고 마음과 집을 열어줬다”며 “그들의 연민과 용기는 위험에 빠진 인류애를 치유하고 전 세계에 본보기가 됐다”고 청원 운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스 헤게에 산개한 섬마을은 지난해 유럽 난민사태의 비극과 희망을 동시에 상징하는 장소였다. 터키 서부 해안과 그리스 사이의 에게해는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터키에서 유럽대륙으로 이어지는 육로를 통한 국경 통과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난민들은 밤 사이에 소형보트에 의지해 에게해를 넘어 그리스 섬에 도착하는 루트를 택한 것이다. 하루 동안 에게해를 넘는 난민만 약 2,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난민선이 침몰하는 등 비극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이주기구(IOM)의 난민위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게해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난민은 553명이나 됐다. 지난해 11월 그리스 레스보스 섬과 가까운 터키 치낙칼레 주 앞바다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어린이 7명 등 14명이 숨졌고, 이달 22일에도 그리스의 칼로림노스 섬 인근에서 시리아 난민이 탄 나무배가 전복돼 34명이 사망했다.
시리아 난민들의 비극이 이어지자 그리스의 섬 주민들이 구조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그리스 섬에 도착하는 난민에게 거처와 위생용품, 음식, 옷 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어부들은 배를 몰고 나가 바다에 빠진 난민들을 직접 구하기도 했다. 그리스 아바즈의 한 활동가는 “정부가 위기상황임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을 때 주민들은 스스로 조직을 구성해 난민을 도왔다”며 “섬 주민들의 행위는 인류애가 인종과 국가 위에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섬 주민들의 헌신적인 인류애를 노벨평화상으로 기리자는 청원에는 각국의 지성들도 동참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옥스퍼드ㆍ프린스턴ㆍ하버드ㆍ코넬ㆍ코펜하겐 대학교의 저명 교수들이 추천서에 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의 석학들은 조만간 노벨위원회에 보낼 추천서에 “그리스 주민들이 경제위기 와중에도 유럽 난민 위기라는 비극에 맞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에게 집을 내주고 목숨을 걸고 다른 이를 구했다”며 “아프고 상처받은 이들을 돌보는 ‘공감과 자기희생’에 응답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그리스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오니스 무잘라스 그리스 이민담당 장관은 CNN에 “정부 차원의 후보 추천과 지지 선언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노벨평화상은 개인이나 단체가 수상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난민 지원을 위해 조직한 자원봉사단체인 ‘연대 네트워크’나 이 단체의 개인이 공식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평화상 시상 준비에 돌입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미 각국 전문가 1,000명에게 서한을 보내 평화상 후보자 추천을 받고 있으며 추천 마감은 다음달 1일이다. 이후 노벨위원회는 후보 선정 작업을 거쳐 12월 노벨평화상을 시상한다. 지난해에는 튀니지 시민사회조직인 ‘국민4자대화기구’가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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