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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우울증, 좁고 막힌 뇌혈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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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우울증, 좁고 막힌 뇌혈관 탓”

입력
2016.01.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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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65세 이상 고령인 10명 가운데 1명 꼴로 의학적으로 심각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노인성 우울증은 심각도에 따라 주요우울장애(심한 경우)와 경우울장애(경한 경우)로 나뉜다. 치료가 필요한 노인성 우울증 환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다. 노인 우울증은 노년기의 경제적 어려움,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 상실, 배우자의 죽음, 신체적 능력 약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심리적인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박준혁 제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하는 노년기 주요 우울장애 환자의 대부분이 뇌혈류 순환 장애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인 1,06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유병률을 조사했다. 노인성 우울증 환자에서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뇌혈관 문제를 동반한 혈관성 우울증 환자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확인했다. 혈관성 우울증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촬영했을 때 백질병변을 보이며,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한다.

특히 우울증이 심한 주요우울장애 환자에서 혈관성 우울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대 초반의 경우 약 75%, 75세 이상에는 100%에 이른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또 3년 후 추적 조사에서 여전히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비율이 비혈관성 우울증 환자는 10명 중 1명이었던 반면 혈관성 우울증 환자는 4명 중 1명으로 훨씬 더 치료가 어렵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밖에 우울증이 없었던 정상 고령인 중에서 대뇌 허혈성 병변이 있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년 뒤 우울증을 앓게 될 위험이 8배나 높았다.

노인성 우울증은 노인 사망률 증가, 신체질환 악화, 인지기능 저하, 신체 통증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고, 때로는 자살에 이르게 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나이 들면 즐겁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거나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오해와 편견으로 제대로 진단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기웅 교수는 “노인 우울증은 청장년 우울증과는 달리 뇌혈류 순환 문제로 인한 혈관성 우울증이 많은데, 혈관성 우울증은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고 일반 우울증과 치료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초기에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ISAD) 공식 학회지 ‘정동장애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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