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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승낙제 악용… 노인 등치는 휴대폰 다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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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승낙제 악용… 노인 등치는 휴대폰 다단계

입력
2016.01.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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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휴대폰 판매 사업을 시작하면 추천비, 공유비 등 후원수당으로 다달이 10여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 똑똑한 사람 3명만 데려오면 저 뒤 안경 쓴 사람처럼 1년에 43억원도 벌 수 있습니다.”

26일 서울 강남구의 휴대폰 판매 다단계 업체 A사 사무실. A사 관계자들은 40여명의 노인들을 상대로 집체교육을 하기 앞서 1 대 1 사전교육 중이었다. 휴대폰 판매업자 B씨는 C씨에게 출시 1년이 지난 L전자 휴대폰을 시중보다 10여만원 비싼 할부원금 72만8,000원에 구매하라고 추천했다. B씨는 “최소 월 4만6,900원 요금제를 사용해야 골드등급 승진에 필요한 포인트를 쉽게 쌓을 수 있다”며 “본격적으로 판매 사업을 시작하면 판매수당뿐만 아니라 승진수당을 별도로 받을 수도 있다”고 꼬드겼다. C씨는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챙길 수 있다는 유혹에 휴대폰 구매와 친구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구형 휴대폰 고가 판매 ▦비싼 요금제 유지 강요 ▦지나치게 높은 승진수당금 등의 문제를 지적 받았던 휴대폰 다단계 영업 방식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폰 판매업자를 위한 ‘사전승낙제’ 등 새로운 대책이 마련됐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이 업체 회원으로 가입했던 60대 여성 E씨는 휴대폰 기기 변경 후 8만9,000원 요금제를 3개월 이상 유지해야 했다. 이어 기기 변경만으로는 회원 승급포인트가 부족하다는 말에 새로운 휴대폰 단말기를 고가에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휴대폰 다단계업체 장담과 달리 E씨의 수입은 3개월간 10만원 정도가 전부였다.

이 같은 피해가 이어지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지난해 11월 특정 판매원에게만 휴대폰 판매를 허용하는 사전승낙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오는 3월쯤 정식 시행되고, KAIT는 판매원 교육 등을 병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휴대폰 다단계 업체들은 판매원들을 늘리기 위해 오히려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A업체를 찾은 F(72ㆍ여)씨는 “집체교육 직전 한 판매원이 ‘복덕방을 운영하던 사람은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부동산 중개업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 빨리 판매원이 돼야 별도의 자격검정 시험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귀띔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나 KAIT 확인 결과 시험 도입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승낙제 도입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해 휴대폰 다단계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서영진 서울YMCA 시민중계청 간사는 “휴대폰 다단계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데 정부가 사전승낙제 등을 통해 다단계업을 양성화 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피해 사례를 접수한 공정위 측은 “지난달 18일 소위원회를 열어 다단계 업체들의 지나친 후원수당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형 단말기 고가 구매 관행은 입증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소위원회에 상정도 못했고, 후원수당 문제도 위원 간 이견으로 전원합의를 못해 다음달 중 다시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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