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작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ㆍ58)가 덴마크 의회가 밀려드는 난민의 소지품을 일부 압류해 거주비에 사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반발해 27일(이하 현지시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자신의 전시를 중단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아이웨이웨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에 “코펜하겐 파우스코우 재단에서 열리는 개인전 ‘파열’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덴마크 의회가 난민들의 재산을 압수하고 가족의 재회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전시는 2015년 3월 개막해 2016년 4월 중순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약 3개월 가량 일찍 닫히게 됐다. 파우스코우 재단의 소유주 젠스 파우스코우는 “자유와 인권을 생각한 아이웨이웨이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무척 슬픈 일”이라고 AFP에 말했다. 파우스코우는 “그(아이웨이웨이)와 나는 덴마크가 유럽과 서남아시아 최대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앞두고 비인간적인 정치행위의 상징이 되려 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덴마크 의회는 26일 난민들의 덴마크 체류 비용 조달을 위해 난민의 소지품 중 가치가 1만 크로네(174만원)를 초과하는 귀중품을 경찰이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엔인권위원회와 유럽이사회 인권위원회, 국제사면위원회 등이 이 법안을 비판했다. 올 초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에 난민들의 목숨을 건 도피를 기리는 기념물을 설치할 계획을 밝혔던 아이웨이웨이 역시 자신의 개인전을 중단함으로써 비판자 대열에 합류했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정부의 실정과 인권 탄압에 적극적으로 맞서 온 ‘반체제’ 예술가다. 2003년 스위스 건축사무소 ‘헤르초크 & 드 뫼롱’이 설계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버드 네스트’의 건설에 미술 자문으로 참여하면서 명성을 얻은 그는 2005년부터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 웨이보(微博)를 통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했다. 특히 2008년 쓰촨성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초등학생 5,000명의 이름을 추적해 공개하고 어린이들을 상징하는 책가방으로 독일 뮌헨의 미술관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 ‘기억하기’라는 설치작품을 만들어 공개하는 등 정부비판적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중국 정부는 2009년 그의 웨이보 블로그를 강제 폐쇄하고, 2011년에는 탈세 혐의로 81일간 강제 구금한 후 24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때 빼앗긴 여권은 2015년 7월에야 돌려받아 해외활동에 나설 수 있었다. 2015년 12월 16일 미술 전문 웹진 아트시(Artsy)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작가로 꼽았다.
한편 덴마크의 반이민 정책을 주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야당 덴마크인민당은 국제적인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덴마크인민당은 이미 소수 여당인 자유당 내각과 난민을 위한 복지비용을 줄이기로 합의한 상태다. 마르틴 헨릭센 덴마크인민당 대변인은 27일 AFP에 “난민들이 소지한 귀중품을 압류하는 것은 우리들이 정부에 제안한 것”이라며 기세를 과시했다. 그는 앞으로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들을 쉽게 국외로 추방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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