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일 만에 대표 물러난 문재인
“새정치 실천하기 고통스러웠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더민주는 이날 김 선거대책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에 이종걸 원내대표를 제외시키며 이전 지도부의 색을 완전히 빼 향후 인적쇄신, 공천혁명을 예고했다.
더민주는 이날 국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 인선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앞으로 당 최고 의결기구 역할을 하는 비대위는 김 위원장과 박영선 우윤근 변재일 의원, 이용섭 전 의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김병관 웹젠 의장까지 7명으로 구성됐다. 김 위원장은 “과거 원내대표를 지낸 2명과 정책위의장을 지낸 2명, 정책에 관해 활발한 토의를 할 수 있는 분으로 구성했다”며 “지역적 안배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가 비대위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 때마다 항상 참석해 같이 의논할 계획”이라며 “원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 비대위를 운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를 활용하되,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겸하는 비대위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자신의 권한과 역할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직위를 유지하기 어렵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원내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부대표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또 “언론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을 예측하고, 야권 역시 총선을 절망적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낙제점이라 해도 총선까지 남은 77일 동안 하루 1점씩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의원 등이 탈당하기 전 더민주 의석수인 127석 확보를 이번 총선 승패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2ㆍ8 전당대회 이후 353일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문 대표는 중앙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할 일은 선대위와 비대위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분열의 아픔을 딛고 통합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앞서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문 대표는 착잡함과 홀가분함이 교차한 듯 “혁신과 새정치를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문 대표는 이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직자 150명과 함께 고별 오찬을 갖고 노고에 사의를 표했다.
문 대표는 경남 양산 자택으로 내려가 설 연휴까지 머물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총선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 다시 그의 역할론이 대두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당직자는 “김종인 체제 주도로 선거를 치르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만큼 백의종군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문 대표가 총선 출마 불출마 입장을 고집하는 것도 당에 부담일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출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문 대표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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