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누리과정은 반드시 예산을 짜야 하는 법적 의무사항”이라며 시ㆍ도 교육감들을 다시 한번 압박했다. 또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지원 사업을 “곳간을 헐어 쓰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유 부총리와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노동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관계부처 장관들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청년과 이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호소문을 통해 “이미 누리과정에 필요한 돈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시켜 각 교육청에 다 내어줬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빚을 내든 세금을 더 걷는 만들어오라 한다면, 내 집 살림이라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교육감들을 비판했다. 또 “계속해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누리과정 예산을 안정적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 대해서는 구조개혁 관련 법안의 통과를 요구했다. 유 부총리는 “구조개혁의 성패는 입법에 달려 있다”며 “이미 여야 간에 처리하기로 한 법이니 하루빨리 합의를 이행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성남시의 청년배당을 겨냥해 “일부 지자체는 청년수당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곳간을 헐어 쓰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선언으로 구조개혁의 공든 탑이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노동계에도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다음은 호소문의 전문.
<청년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희 경제팀은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 여러분의 성원을 바탕으로 구조개혁과 경제회복에 매진해 왔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중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구조개혁 노력은 건국 이래 최고의 국가신용등급으로 돌아왔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최고의 성장전략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경제회복의 불씨도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고용률이 오르고 주택시장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내수가 5년래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4년 만에 세수결손에서 벗어났습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성장과 수출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경쟁국과 비교하면 선전한 편입니다. 성장률은 인구와 국민소득이 우리와 비슷한 나라들 중에서 세 번째로 높았고, 수출 규모는 세계 6위로 한 계단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과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정치권이 드리운 불확실성의 그늘 아래서 투자도, 고용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간 경제입법, 개혁입법이 어떻게 변질되고 언제 통과될지를 도무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라 곳간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 감축, 보조금 개혁 등 재정누수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반면에 일부 지자체는 '청년수당'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곳간을 헐어 쓰는 데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핵심법안인 페이고(Pay-go)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한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선언으로 구조개혁의 공든 탑이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회와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구조개혁의 성패는 입법에 달려 있습니다.
부동산 3법이 통과된 후 자산시장이 살아났습니다. 2년 만에 통과된 크라우드펀딩법으로 벌써 현장에서는 창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더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다른 법안들이 줄줄이 입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국회에 제출된 지 1,500여일이나 지나 버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처리가 시급합니다.
우리 청년들의 80%는 서비스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며, 88%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의료 영리화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합니다. 억측이요, 괴담입니다. 과거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의료 민영화로 맹장 수술비용이 4천만 원이 된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습니까?
개별 서비스업의 주요 정책 변경은 의료법 등 개별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절규에 국회가 조속히 화답할 것을 촉구합니다.
둘째,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은 우리 경제의 엔진인 기업을 살리는 법입니다.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환부를 도려내고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입니다.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대기업의 악용을 막기 위해 사전·사후 모두 5중으로 안전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이미 여야 간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입니다. 하루빨리 합의를 이행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셋째, 파견근로자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노동개혁 4법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약계층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법안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삶의 질 향상, 실업급여를 더 오래,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 출퇴근길 사고에 대한 보험혜택, 중장년 근로자들의 재취업 기회, 이 모든 것이 입법이 무산되면 날아가 버립니다.
정부는 기간제법 입법을 중장기 과제로 미룰 수 있다는 차선책까지 제시했습니다. 앞으로도 합리적 대안은 노동개혁의 기본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수용할 것입니다.
노동개혁 4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억지주장을 접고, 조속히 법안을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이밖에도 많은 경제·민생법안들이 국회에서 켜켜이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대부업법, 서민금융생활지원법, 자본시장법, 은행법은 금융서비스 혁신과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법안들입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중소기업진흥법은 자본시장 발전과 명문 장수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가져다 줄 법안들이며, 대학구조개혁법은 인력수급 불균형을 막기 위한 필수 법안입니다.
G-20 이행점검에서 '이행완료'로 평가받지 못한 민간투자법, 행정규제기본법, 국회법도 조속히 처리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일부 시도의 교육감과 지방의회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퍼져야 할 곳에서 부모님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누리과정은 교육감이 예산을 편성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재량사업이 아닙니다. 반드시 예산을 짜놓아야 하는 법적 의무사업입니다.
지방교육청들은 2011년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추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당시 교육감들이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철석같이 확약했습니다.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이제 와서 아이들을 볼모삼아 국민과의 약속을 팽개쳐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이미 누리과정에 필요한 돈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해 각 교육청에 다 내어줬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빚을 내든, 세금을 더 걷든 만들어오라"니요? 내 돈이라면, 내 집 살림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정부는 이번에 누리과정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는 교육청에는 목적예비비를 별도로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누리과정 예산을 안정적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입니다.
시도의회와 교육감들이 하루빨리 예산 전액을 편성할 것을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될 처지인 청년들에게서 "주어진 여건에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게 뭐냐"는 한숨이 들립니다. 송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청년들의 한숨이 그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의 초점을 일자리에 맞추겠습니다.
먼저,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서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걷어낼 것입니다.
노동개혁 2대 지침을 현장에 뿌리내리겠습니다. 2대 지침은 쉬운 해고가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불명확한 해고기준을 악용해 제멋대로 해고하거나 툭하면 법정다툼으로 생계를 위협받던 상황을 막고, 임금피크제를 원활히 도입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장치입니다.
공공기관부터 바꿀 것입니다. 연공서열주의를 타파하고 성과연봉제를 전직원의 70%까지 확대하는 등 성과중심의 임금과 인사 체계를 확립하겠습니다.
크라우드펀딩 도입 등으로 아이디어만으로도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닦고, 일·학습 병행제, 사회맞춤형 학과 등을 통해 사회수요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둘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에 기반한 신산업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활짝 피도록 만들겠습니다.
융복합 등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습니다. 규제프리존 도입으로 기업의 새로운 시도를 막는 족쇄를 벗겨내고, 세제·금융 등 지원체계도 전면 재정비 하겠습니다.
셋째, 적극적 경기대응으로 일자리 여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1/4분기는 추경 종료 등 경기 하방요인이 집중되는 가운데 졸업시즌까지 겹쳐 일자리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수와 수출을 살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만간 마련하겠습니다. 청년 일자리 대책의 효과성도 신속히 점검·보완해서 일자리 우려를 씻어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습니다.
밖에서는 저유가와 중국의 경기둔화로 거센 바람이 불어오면서 1월 수출이 18.5%나 감소했습니다. 안으로도 경기회복세가 확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 저하와 인구 정체로 내실(內實)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경제는 언제나 탄탄대로가 아니라 험한 비포장 길을 헤쳐 왔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위기 후 재도약", "교과서적 회복" 등 위기극복이 우리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습니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자만은 위험에 대비하지 못하게 하지만, 비관 역시 경제를 위축시켜 위험을 자초할 수 있습니다.
경계심을 갖고 급변하는 상황에 냉정하게 대응하면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정부가 먼저 국회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경제팀이 앞장서겠습니다. 입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바탕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구조개혁 완수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안 됩니다.
모든 개혁은 법으로 완성됩니다. 어떤 개혁도 제 때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맙니다.
그 동안 정부는 개혁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해 국회를 설득해 왔습니다만, 더 이상은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닙니다.
전 세계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치열한 개혁의 경주를 벌이고 있는데, 제아무리 1등 짜리 성장전략을 갖고 있어도 이행하지 않는 순간 바로 뒤처집니다.
이제 국민들이 직접 나서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운동으로 목소리를 내고 계십니다.
교육감과 지방의회도 더 이상 아이들을 희생시키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호소드립니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주십시오. 마음껏 일한 후 결과로 평가받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구조개혁을 완성하고 경제활력을 회복해서 청년들이 미래를, 아이들이 웃음을, 기업들이 세계를 다시 품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준식,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형환, 고용노동부 장관 이기권, 금융위원장 임종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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