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시사기획 창’의 ‘훈장’편이 2일 오후 10시 전파를 탔다. 제작한지 무려 8개월 만이다. 이날 오전 KBS는 약 40초짜리 ‘훈장’ 예고편을 내보내며 오랫동안 표류하던 방송에 활기를 불어넣는 듯했다.
하지만 당초 ‘간첩과 훈장’(1부), ‘친일과 훈장’(2부) 등 2부작으로 제작된 ‘훈장’편은 어찌된 일인지 한 회(1부) 분량만 전파를 탔다. 2부에 대한 예고 고지도 없이 말이다. 이승만-박정희 정부가 당시 친일행적자와 일제식민통치를 주도한 일본인에게 대거 훈장을 수여했다는 내용이 들어간 ‘친일과 훈장’편은 방송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8개월간의 ‘훈장’ 프로젝트를 돌이켜 보면 참으로 기구하다. 2013년 KBS 탐사보도팀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서훈 내역 72만 건을 국내 언론 최초로 입수해 전수 분석했다. 훈포장 기록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정부와 행정소송까지 벌여 얻은 성과였다. 그렇게 2년간 방송을 준비한 제작진은 지난해 5월 ‘훈장’을 2부작으로 완성했고, 그 해 6월과 7월 각각 한 편씩 방송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측은 당시 메르스 사태와 8.15 광복절 특집 등을 이유로 방송 일정을 미뤘다. 9월이 되어도 방송 일정이 잡히지 않자 초조해진 제작진은 사내 게시판에 “조속한 방송 촉구” 호소문까지 올렸다.
하지만 제작진에게 돌아온 건 인사 발령이었다. 당시 탐사보도팀장이 네트워크부서로 발령 났고, 나흘 뒤 탐사보도팀 기자 2명이 각각 라디오뉴스제작부와 디지털뉴스부로 인사가 나면서 탐사보도팀 총 4명 중 3명이 교체됐다. 당시 KBS 안팎에선 연임을 노리던 조대현 KBS 사장이 청와대의 눈치를 본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작 KBS에서 방송되지 못한 ‘훈장’ 내용은 지난해 8월 소송을 통해 공개된 훈포장 기록을 토대로 JTBC 등에 먼저 방송을 내보내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훈장’은 지난달 29일 편성이 확정됐지만 그 과정도 수월하지 않았다. ‘간첩과 훈장’편은 내부적으로 수 차례 사전심의를 거쳤고, 제목도 제작진의 당초 의도와 달리 ‘훈장’으로 달렸다. 어떻게든 방송은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제작진이 한발 물러선 결과였다. 그런데도 사측은 2부 ‘친일과 훈장’편은 아예 내보내지 않을 작정인 듯하다. 시도 때도 없는 ‘국민의 방송’ 타령이 부끄러운 졸렬한 처사다.
[KBS 다큐 ‘훈장’ 관련 반론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2월 3일자 A22면 ‘마지못해 ‘훈장’ 내보낸 KBS’ 제하의 기사에서 KBS 프로그램 ‘훈장’의 제작 실무진이 2년간 방송을 준비해 2015년 5월 ‘훈장’을 2부작으로 완성했고, 그 해 6월과 7월 각각 한 편씩 방송할 예정이었으며, 청와대의 눈치를 본 사측이 제작 실무진에 대한 부당한 인사 발령을 한 의혹이 제기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KBS는 2015년 5월에는 ‘훈장’과 관련해 공식 기획서조차 없었고, 6월, 7월에는 방송 계획도 없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인사 발령은 KBS의 인사 원칙에 따라 장기 근무자를 교체하는 정규 인사였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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