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책도 ‘무역 사절단 확대’가 전부
柳부총리 “재원ㆍ수단 총동원” 무색
한은에 금리인하 구해 강해질 듯
“가용한 재원과 수단을 총동원해 위축되는 내수 및 수출 회복을 지원하겠습니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 부총리는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분기 경기보강대책을 내놓으며 ‘총동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취임 21일만에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현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망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울 것은 없이 재탕, 삼탕의 대책들만 담긴 상황. 이 정도 보강대책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고 급감하는 수출을 다시 회복세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닥까지 박박 긁어 내놓은 부양책
이번 대책의 핵심은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를 6월말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는 원래 지난해 연말 종료된 뒤 연장은 없다고 강조해 왔다. “한시적 세제 인하라는 것은 정확이 예정된 시점에 끝이 나야 사람들이 앞당겨 소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말을 뒤집고 다시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내든 건 소비절벽을 막을 뾰족한 새로운 카드가 없다는 방증이다. 기재부 세제실 한 관계자는 “지금 개소세 중에서 효과를 낼 만한 것이 승용차 말고는 없다”고 토로했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가 없던 소비를 창출해 내는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인하 종료 시 또다시 판매량이 급감되는 절벽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재정 조기집행 역시 정부가 대책 때마다 빼놓지 않는 단골 메뉴다. 이를 통해 1분기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기집행을 하면 연간 예산 불용액을 줄일 수 있고, 경제에 돈을 빨리 돌게 해 활력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달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재정 조기집행의 당해년도 총수요 유발효과는 GDP의 0.04%에 그쳤다. 또 상반기에 돈을 더 많이 쓰면 하반기에 그만큼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지출 불균형은 경제가 일정한 속도로 성장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민관합동 수출투자 대책회의를 통해 내놓은 수출 대책 역시 상반기에 무역사절단을 100회 넘게 해외에 파견한다는 것 외에 뾰족하게 눈에 띄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다음에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정부가 손에 쥔 카드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한국은행을 향한 금리 인하 ‘구애’는 더 강해질 공산이 크다. 유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상황을 판단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은 각자가 할 일”이라면서도 “통화당국과 상황 인식 공유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수출 경합 관계에 있는 일본과 중국이 각각 마이너스 금리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통화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도 마냥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 부총리는 “추경은 불가피할 때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상황에 따라 추경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계가 명확한 일회성 진작책에 매달리기 보다는 긴 안목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경우를 봐도 단기부양책을 통해 잠시 살아나기는 하지만 정책이 끝나면 또다시 위축되는 일이 반복된다”며 “단기정책만으로 경기를 살리기는 어려우니 새로운 먹거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의 힘을 키우는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