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끼고 다녔고 금슬 좋아”
SNS엔 두 딸 사진 올려두기도
여중생 딸을 숨지게 하고 1년 넘게 시신 상태로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목사 이모(47)씨는 독일 유학파 출신 박사 학위 소지자로, 신학대 겸임교수였다. 그러나 이웃과 학교에선 ‘딸 사망 후에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일상생활을 해왔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995년 경기 S신학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석사까지 마친 뒤 독일 신학대에서 신약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귀국 후 모교 신학과 강사와 겸임교수를 맡아 3년 정도 강의를 해왔는데, 지난해 2학기까지 고대 그리스어인 헬라어를 가르쳤다. 이씨는 또 2014년 10월 모교에서 개최된 신학 세미나 사회자를 맡고, 기독교 콜로키움(전문가 학회) 회원으로 지내는 등 연구에도 매진했다. 2013년에는 ‘기초헬라어’라는 공동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지난 학기에 이씨 강의를 들었다는 한 학생은 “수업 시간에도 특별한 건 없었고 평소 저녁에 교정을 자주 거닐었다”며 “어제(2일) 저녁에도 도서관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목회는 물론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부천 곳곳에서 목회를 진행하면서 원미구의 한 개척교회에서는 담임목사까지 맡았다. 해당 교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8시마다 10여명이 정기예배를 가져 왔으나 이날 교회에는 신자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웃들도 이씨가 최근까지 태연하게 일상을 보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 자택 인근 식당 사장은 “팔에 성경책을 자주 끼고 다녔고 5, 6개월 전에는 부인과 함께 가게에 와 맥주를 마셨다”며 “부부가 항상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등 사이가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자택 앞 세탁소 주인도 “늘 (사망한 딸인) 이양의 이름으로 세탁물을 맡기곤 했다”며 “2주 전쯤 마지막으로 봤을 때도 달리 어두운 기색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프로필에 두 딸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의 사진을 올려두기도 했다.
부천=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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