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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매 피해 가출했는데 떠밀려 집에 간 날, 부모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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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매 피해 가출했는데 떠밀려 집에 간 날, 부모의 손에…

입력
2016.0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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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와 건조대 살로 5시간 폭행

저녁 때 방에 가보니 죽어 있었다”

아버지 계모 폭행치사 혐의 인정

“피해자 몸에 멍 자국” 친구 진술

경찰, 11개월 만에 집 수색해 발견

학교도 매뉴얼 따른 기본조치만

아이 찾으려는 노력 전혀 안 해

백골상태의 여중생 시신이 발견된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의 한 주택에서 경찰이 수습한 시체를 옮기고 있다. 뉴스1
백골상태의 여중생 시신이 발견된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의 한 주택에서 경찰이 수습한 시체를 옮기고 있다. 뉴스1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했다 집으로 돌아온 이모(2012년 사망 당시 13세)양에게 날아든 것은 목사이자 신학대 겸임교수였던 아버지(47)와 계모 백모(40)씨의 모진 매였다. 맞다 지쳐 잠든 이양은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이양의 시신은 1년 가까이 방에 방치돼 미라 상태가 됐고, 시신 주변에는 썩는 냄새를 가리기 위한 방향제와 습기 제거제만 놓여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을 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일부를 3년 2개월 간 냉장고에 보관한 부모의 범행이 드러난 지 불과 보름 만에 일어난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은 부모 학대와 가정 폭력에 대한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숨진 이양은 상습 가출 전력이 있다는 아버지 말 한마디에 사회적 관심에서 비켜났다.

가출 신고 11개월 만에 찾은 시신

경찰은 3일 오전 9시 5분쯤 이씨의 집 작은방에서 이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은 일부 백골화했고 밀랍화한 상태였다”며 “냄새가 참지 못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는데 방에서 향초가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달 18일 이양의 친구로부터 “(이양이 지난 해 가출 직후) 부모로부터 맞아서 종아리와 손에 멍이 들었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 이양 부모에 대해 범죄혐의점을 두고 이날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양의 부모는 검거 직후 딸의 시신을 집에 방치한 이유에 대해 침묵했으나 이후 조사과정에서 “기도하면 아이가 살아날 것 같아 집에 두었다”고 진술했다.

백골여중생시신이 발견된방. 한국일보
백골여중생시신이 발견된방. 한국일보

경찰 수사 제대로 했나

이씨는 딸의 사망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차례 거짓말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양의 중학교 담임교사는 지난 해 3월 하순 이양의 장기결석 이유를 캐묻기 위해 이씨에게 연락했으나 이씨는 “가출했다”고 둘러댔다. 이씨는 결국 “경찰에 가출신고를 하라”는 담임교사의 독촉에 그 달 31일 집 근처 지구대를 찾아 이양의 가출신고를 했다.

이양 부모는 이 과정에서 학교를 찾아가 “딸이 가출했으나 돈을 많이 들고 가 큰 걱정은 안 한다”는 등 3차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모 백씨의 여동생(39)은 이양의 엄마 행세도 했다.

경찰은 이씨로부터 허위 가출신고를 접수 받고 중학교 담임교사와의 면담, 가출 청소년 쉼터 등 탐문, 전산 수배, 통신 수사 등을 통해 이양의 소재 파악에 나섰으나 찾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이양의 집은 방문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양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결정적 진술을 한 친구와도 지난해 9월 등 2차례 면담을 했으나 당시에는 별다른 진술을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딸이 여러 차례 가출 경험이 있다”는 이씨의 신고내용만 믿고 스스로 집을 나간 것으로 판단, 소재 파악 등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했다”며 “집을 방문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강제적으로 할 수 없었고 이양의 아버지가 ‘직장이 근처이니 직장에서 보자’고 해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와 백씨, 백씨의 동생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이양의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사망 시기 등을 밝힐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의 부모에게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폭행-가출-폭행’ 연결고리

경찰에 긴급 체포된 이양의 아버지와 계모는 폭행치사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씨는 이날 경찰에 “작년 3월 17일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부천 집에서 아내와 함께 가출 이유 등을 추궁하며 막내딸을 빗자루 등으로 때렸다”며 “오후 7시쯤 확인해보니 딸이 죽어있었다”고 말했다.

이양은 사망 당일 오전 1시 초교 6학년 시절 담임교사 손에 이끌려 부모에게 맡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양은 계모와 사이가 좋지 않자 2012년부터는 새 이모인 백씨의 여동생 집에 맡겨졌다. 이양의 오빠(19)는 아버지가 재혼한 2009년부터 가출해 혼자 살았다. 언니(18)도 이양과 비슷한 시기에 집을 나와 지인 집에서 거주했으며, 현재는 독일 유학중이다.

이씨는 “당시 막내딸이 처제(백씨의 여동생)의 폭행으로 가출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자신과 아내의 상습 학대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이양의 새 이모도 폭행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교육당국은 뭐했나

장기결석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우선 담임교사는 ‘딸이 가출했다’는 아버지의 말만 믿고 추가 확인을 소홀히 한 점이 문제로 꼽힌다. 특히 ▦최초 통화 시 아버지가 다른 이유를 둘러 대다 ‘가출’이라고 말을 바꾼 점 ▦담임이 가출신고를 독려했음에도 곧바로 신고를 하지 않은 점 등은 수상히 여길 만한 대목이지만, 별다른 의심 없이 3차례 출석독려서를 발송하는 조치만 했다. 현행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교육당국이 장기결석 학생의 안전 여부를 보호자의 확인이 아닌 직접 방문을 통해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

학교 측은 이양을 ‘정원 외 아동’으로 분류하는 행정적 조치를 했을 뿐 소재 파악 노력은 하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불거진 문제가 되풀이 된 것이다.

오승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 내 상담전문교사나 학교사회복지사 등이 장기결석 아동을 직접 확인하고 대응하도록 관련 법과 매뉴얼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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