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좀 있느냐’고 물을 때 ‘Do you have some free time?’라고 물으면 어떨까. 한국에서 수년간 살았던 어느 캐나다 교수는 이미 한국인의 표현법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일부러 “Oh, you mean, Do I have some time for coffee?”라고 되묻는다고 한다. 우리말의 ‘시간 좀 있느냐’는 포괄적 표현을 외국인 교수가 좀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바꿔 준 것이다.
시간 좀 있느냐는 질문은 ‘Do you have time?’도 가능하고 ‘Are you free now?’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Do you have the time?’으로 한다면 정관사 the가 들어감으로써 ‘지금 몇 시냐’는 뜻이 되고 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free time이나 have time의 뜻이 문화에 따라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의 ‘커피나 한 잔’하는 시간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잠깐 말씀 좀 나누고 싶다’는 의미로는 ‘Do you have a minute?’가 가장 적합하고 커피도 마시며 얘기를 나누려면 ‘Do you have time for a coffee?’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중한 표현을 찾아 ‘I would like to ask if you had time for a coffee.’처럼 말할 수도 있지만, 이는 과도한 정중함이고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을 준다.
또 다른 방법 중에는 영어식 정중함의 표현법이 있다. 시간이 있냐고 물으며 ‘I was wondering if you could have some coffee with me’라고 덧붙인다면 딱딱하고 어색한 대화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I was wondering if~’나 ‘I was hoping that~’은 의사 타진을 할 때 쓰는 말이고 듣기에도 좋은 말이다. 부탁을 할 때에 조동사의 과거형으로 묻는 것은 여전히 쓰긴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이를 들어보기는 흔하지 않다. ‘Could I as a favor of you?’(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라는 질문이 아무리 정중해도 ‘부탁’ 자체가 이미 부담이 된다.
퇴근길에 자녀를 태우고 오라는 부부의 대화에서 ‘Could I ask you to pick up Tom from school?’처럼 묻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 퇴근해도 되겠습니까?’를 묻는 상황에서 ‘Might I leave work now?’라고 직원이 물을 때 정중한 표현 때문에 이를 허락하는 상사는 드물 것이다. 유명한 일화 중에는 dancing club 얘기가 있다. 무대 위에서 모두들 춤을 추고 있는데 어느 한국인이 다가가 서양 여성에게 ‘Would you like to dance with me?’라고 물었는데 잠시 머뭇거리다가 ‘I have a boyfriend here’라는 응답을 들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 미국인은 거의 대개 ‘May I have this dance?’라고 묻는다. ‘Would you~’가 ‘May I~?’보다 더 정중한 것으로 배우지만 의미로 보면 후자가 더 정중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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