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판 넷플릭스’ 표방
사용자 위치ㆍ선호 분량까지 고려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 제공
“2시 사건 9시에 보는 건 뉴스 아냐
보고 싶을 때 최신 정보 제공해야”
미국 뉴욕의 심장으로 불리는 맨하튼 타임스퀘어 3번가. 수백개의 전광판이 형형색색 불빛을 내뿜는 광장 한 가운데 1851년 설립된 세계적 통신사인 로이터의 미국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모기업인 톰슨로이터를 상징하는 주황색 대형 전광판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곳은 영국 런던 본사와 함께 세계 각국에 뻗어 있는 로이터 지사들의 관제탑 역할을 한다.
1층 입구의 삼엄한 경계를 지나 19층으로 올라가면 24시간 숨가쁘게 돌아가는 로이터 편집국이 나온다. 일렬로 빽빽하게 늘어선 책상들마다 인기 뉴스, 기업간거래(B2B), 시장 등 각 팀별로 편집자들이 앉아서 160여개국에 파견된 기자들한테서 들어온 사진과 기사를 가공한다.
독특하게도 같은 층 한 켠에 2개의 방송 스튜디오와 동영상 뉴스 편집팀이 따로 있다. 로이터는 한 해 평균 10만편의 동영상 뉴스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뉴스는 뉴욕, 워싱턴 DC, 런던, 홍콩 등 4개 지역의 편집자 손길을 거쳐 세계 각국 방송사와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이 곳에서 로이터는 지난해 특별한 실험을 시작했다. ‘뉴스판 넷플릭스’를 표방한 새로운 동영상 뉴스 서비스 ‘로이터 TV’를 선보인 것이다. 로이터 TV는 인터넷에만 연결돼 있으면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든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유료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처럼 이용자 요구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주문형(온디맨드, on-demand) 뉴스 서비스다. 로이터 TV를 총괄하는 아이작 쇼맨 마케팅 디렉터는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기존에도 많은 동영상 뉴스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로이터 TV는 ‘넷플릭스 세대’를 직접 겨냥한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등장 전까지 시청자들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신문에서 TV편성표를 보고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이용자들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됐다. 쇼맨 디렉터는 “이 같은 변화는 뉴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더 개인화된 최신 뉴스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이터는 2013년부터 약 2년간 준비를 거쳐 지난해 2월 미국과 영국에서 로이터 TV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컴퓨터(PC) 버전과 글로벌 버전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로이터 TV용 콘텐츠 생산은 160여개국 2,500여명의 기존 로이터 기자들이 맡는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북한에 이르기까지 현장 기자들이 찍은 동영상을 4개 지역의 편집팀이 5분 길이부터 30분 길이까지 5분 단위의 총 6개 동영상을 만들어 로이터 TV에서 유통한다. 쇼맨 디렉터는 “이 콘텐츠들은 각각의 로이터 TV 이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5분짜리 뉴스를 주로 시청하는 이용자라면 5분짜리 짧은 뉴스가 우선 노출된다. 여기에 로이터 TV는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반영해 콘텐츠를 나열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국내 뉴스가 가장 상위에 제공되는 식이다.
로이터 TV는 이용자의 선호도도 들여다 본다. 이용자가 어떤 주제의 뉴스를 보는지, 어떤 영상을 보지 않고 넘기는지, 어떤 시간대에 어떤 지역이나 이슈에 관심을 갖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에 적용한다.
로이터 TV는 예약 저장 기능이 있다. 몇 시간 뒤 보고 싶은 생방송 뉴스가 있으면 미리 예약을 해서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내려받는 것이다. 쇼맨 디렉터는 “오후 2시에 발생한 사건을 오후 9시 뉴스 프로그램에서 봐야 한다면 그것은 뉴스가 아니다”라며 “이용자가 어디에 있든 보고 싶을 때 가장 최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TV는 힘든 도전이기도 하다. 쇼맨 디렉터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뒤집는 것이어서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며 “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는 미디어는 정해진 일정대로 찍어내고 배달하는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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