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삶이라고 생각은 해 왔는데 구단 엠블럼을 덮고 베는 시대가 왔다니 진짜 인생의 한 부분이 됐구나 싶습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팬 20년차 A씨(32)는 지난달 29일 구단에서 내놓은 ‘침구세트’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구단 상품들을 접해 봤지만 이번 침구세트 출시는 일상의 끝을 파고드는 아이템이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KBO 구단 최초로 판매된 LG의 침구세트는 출시 첫 날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LG 트윈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29일 오전 10시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이 제품엔 저녁이 되자 ‘오후 5시 30분을 기준으로 선착순 100명에게 지급되는 슬리퍼 증정 이벤트가 종료됐다’는 메시지가 붙었다. 비시즌기간 단일 상품으로 반나절 만에 1,0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차렵 이불 1개와 베개 커버 1개의 구성에 7만 9,000원이라는 만만찮은 가격이 매겨졌음에도 판매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팬들에게 선택 받은’상품이란 평가도 이 같은 열기에 한 몫 했다. 구단은 지난해 말 세 개의 디자인을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팬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모델을 확정했다. 팬들 사이에선 ‘가격이 높다’, ‘엠블럼이 지나치게 크다’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출시 자체에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프로구단 머천다이징(MD) 상품의 ‘일상 공략’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남성 관람객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2000년대 이전과 달리 디자인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20~30대 여성과 어린이 관람객 비중이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 구단들은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많게는 연간 100가지 이상의 아이템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는 프로야구단 최초로 영유아 전용 쇼핑몰을 개설해 눈길을 끌었다.
최준서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충성도 높은 팬층의 일상을 공략한 아이템”이라며 “성공사례가 늘 경우 리그 전체의 통합 상품 개발로 확대시키는 방향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LG 구단 측 역시 “이번 침구세트 출시를 계기로 팬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홈&오피스(home&office)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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