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쌓이는 게 LP다. 대중문화에 복고 열풍이 불면서 중고 LP 시장도 활성화됐고 가격도 뛰었다. 그만큼 옛 LP를 모으는 수집가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중고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LP는 무엇일까. 한국 최초의 성악가로 알려진 윤심덕(1897~1926)의 ‘사의 찬미’ 유성기(축음기)초반이다. 1962년에 발매된 이 LP는 지난달 27일 야후재팬 온라인 경매에 나와 550만 엔(수수료 포함 6,080만원)에 낙찰됐다. 국내 LP 거래 중 최고가이다. 기존 최고가는 ‘사의 찬미’ 재반이었다. 이 LP는 지난해 7월 역시 야후재팬 경매에서 521만 엔(약 5,300만원)에 팔렸다.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로 통하는 ‘사의 찬미’는 윤심덕의 유작 음반에 실린 곡이다. 윤심덕이 연인으로 알려진 극작가 김우진과 현해탄에 투신하기 전 죽음을 결심하고 부른 노래로 유명하다. 윤심덕은 루마니아 작곡가 요시프 이바노비치의 관현악 왈츠 ‘도나우강의 잔물결’에서 멜로디를 따오고 가사를 붙여 ‘사의 찬미’를 만들었다.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의 ‘히키 신 키타 멜로디’(1960)도 1,000만 원을 호가하는 귀한 LP다. ‘대중가요 LP가이드북’을 쓴 음악평론가 최규성씨는 “대중가요 LP는 1950~1960년대 군사정권 시절 금지품으로 폐기된 게 많다 보니 남아 있는 것이 적어 가격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에 있는 해외 LP로는 1970년대 활동한 영국 유명 펑크록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갓 세이브 더 퀸’(1977)이 1,600만 원을 호가한다. 이 음반을 소장하고 있는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갓 세이브 더 퀸’은 전세계적으로 채 10장이 안 되는 희귀반이다. 영국의 통치체제를 조롱하며 엘리자베스 여왕 재위 25주년에 발표해 논란이 됐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건 고 김광석의 LP다. 중고 LP가게 ‘리빙사’를 운영하는 이석현 사장은 “김광석 LP는 다양한 연령층이 찾고 원반은 수십만 원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특히 ‘서른 즈음에’ 등이 수록된 4집(1994)을 가장 많이 찾고, 60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소담 인턴기자 (서강대 프랑스문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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