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취업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에 장기간 체류하는 미국인의 공통점은 뭘까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미국 관행상 이들의 신상을 일일이 확인하는 건 어렵겠지요.
그런데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가 내놓은 자료를 분석했더니, 100% 확실한 공통점이 확인됐습니다. 바로 정치색이 뚜렷하게 민주당 성향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FEC는 분기마다 주요 정치인이나 선거 후보의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는데, 지난달 말 2015년 4분기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FEC는 일반 시민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부금 내역을 ▦기부자 ▦기부를 받은 정치인 ▦기부자의 고용주 ▦기부자의 거주도시 등으로 세분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호기심도 발동하여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거주하는 미국인이 낸 기부금을 검색해 봤습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된 이후 총 17건(총 1만1,800달러ㆍ약 1,400만원)의 기부가 이뤄졌더군요. 2008년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30% 정도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 기부자 이름을 봤더니, 미국 국적을 가진 재미교포와 그렇지 않은 미국인의 비율이 반반 가량입니다.
17건의 정치자금 기부 중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이뤄진 것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모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후보에게 집중됐습니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샌더스 후보에 대한 개인기부 열풍을 보여주듯 클린턴 후보에 대한 기부는 6건인데 비해 샌더스는 11건이나 됐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클린턴 대비 진보 성향이 강한 만큼,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사회는 본국보다 훨씬 ‘좌 클릭’경향을 보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샌더스 후보에게 한국에서 번 돈을 보내준 지지자 가운데는 종합평성채널 JTBC 방송 ‘비정상회담’에서 이름을 알린 서울대 대학원생 타일러 라쉬(Rasch Tyler) 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쉬 씨는 지난해 8월 500달러를 송금했습니다.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미국인의 민주당 성향 비율이 높은 이유는 뭘까요. 내친김에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의 기부내역을 봤더니 그곳 역시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민주당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더군요. 즉 민주당 비율이 높은 것은 한국 만이 특성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인 셈입니다.
엄밀한 사회과학 방법론으로 분석한 건 아니지만, 대체로 민주당 지지 성향일수록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를 포함해 소수 인종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히 한국이나 일본을 찾아오게 되고 장기 거주자도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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