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략 핵 미사일 부대인 로켓군(軍)이 9일 전시 대비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뺨을 맞은 중국이 도리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의 한반도 배치에 화를 내며 실력 행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 중국 해방군보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제14집단군과 로켓군, 공군, 전략지원부대 등은 전날 쿤밍(昆明) 등지에서 전시 대비 연합 훈련을 벌였다. 제12집단군도 8일 완전 무장을 한 채 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중국이 지난달 전략 핵 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부대를 확대 재편, 새롭게 출범시킨 로켓군은 통신 간섭과 인터넷 공격, 전자 방어 훈련을 벌였다.
중국은 이번 훈련이 춘제(春節ㆍ우리의 설) 연휴 기간 중 정기 훈련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 협상을 시작한 데 대해 중국이 강하게 항의한 직후 나온 조치여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중국은 앞서 5일에도 로켓군의 둥펑(東風)-31의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둥펑-31은 사거리가 1만1,000㎞로 미국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이은 미사일 도발은 경계하면서도 한미일의 공조대응 또한 강력 반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7일 김장수 주중한국대사를 불러 한국의 사드 협상 선포와 관련,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비해 더욱 강경한 반응을 표시했다. 같은 날 류 부부장은 지재룡 주중북한대사를 불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감 표시와 함께 “중국은 유관 각방이 냉정을 유지한 채 신중하게 행동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 나라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는 다른 나라의 안전과 이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유관 국가가 신중하게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을 독촉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이 연거푸 북한에 뺨을 맞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중적 태도는 다소 아이러니하다. 북한은 최근 6자회담 중국측 수석 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북한 날에 맞춰 미사일 발사 계획을 공표하면서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공개 망신을 안겼다. 중국은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 실험도 사전 통보를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을 내치지 못하고 도리어 두둔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건 북핵과 미사일을 빌미로 미국과 일본이 중국 포위망을 죄어 올 것을 더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고 일본이 무장을 가속화하는 게 중국에겐 더 악몽이다. 특히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무기 체계라는 것이 중국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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