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ㆍ개성관광 중단 손실 1조 넘어
개성공단 2단계 개발도 물건너가
현대상선 ‘나진ㆍ하산’ 추가 리스크
자본잠식 63%... 관리종목 지정 위기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로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내놓았던 현대그룹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최고 악재를 만났다. 8년째 중단된 금강산과 개성 관광사업에 이어 마지막 남은 대북사업까지 ‘올 스톱’되면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마저 송두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과 북한의 폐쇄 방침에 따라 현대아산이 개성공단에서 운영중인 숙박시설 송악프라자의 상주 인력은 11일 모두 철수했다. 현대아산은 송악프라자와 면세점, 주유소 등을 개성공단에서 운영 중이며 총 직원 23명 가운데 8명이 현지에 체류해왔다.
현대그룹에서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은 지난해 개성공단에서만 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남북경협과 관계된 건설, 물류, 레미콘 사업 등에서 발생한 매출을 더하면 300억원 가량이 대북사업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약 1,500억원을 기록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비중은 5분의 1 정도이지만 회사의 존립 근거가 남북경협에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타격이 심각하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세상을 떠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사업으로, 현대가(家)의 정통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었다. 현대아산은 400억원을 투자해 개성공단의 1단계(100만평) 기반시설 공사를 마쳤고 2단계(250만평) 개발을 준비 중이었으나 남북관계 악화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에 이번 개성공단 폐쇄로 사업 재개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이미 현대아산은 금강산ㆍ개성 관광이 2008년 중단되면서 1조원 넘는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2008년 6월 남측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관광 사업이 전면 중단돼 현대아산은 지난해까지 금강산에서 9,483억원, 개성에서 1,494억원의 관광 매출 손실을 입었다. 이는 금강산 관광객을 연간 30만명, 개성 관광객을 연간 10만명으로 잡아 추산한 것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대북사업이 모두 중단된 만큼 국내 건설, 리조트 사업 등에서 매출을 올려야 한다”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룹의 미래가 걸린 대북사업을 포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또다른 골칫거리로 자본잠식이 심각한 현대상선에도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진 경색된 남북 관계가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코레일, 포스코와 공동으로 북한을 통해 유연탄을 들여오는 ‘나진ㆍ하산 물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에 따라 이 사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추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 주가는 이날 19.57% 하락한 2,445원에 마감했다.
현재 현대상선의 자본잠식 상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설 연휴 직전인 5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손실 2,5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실적 부진으로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 6조851억원, 부채총계 5조6,075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총계는 4,775억원, 자본금은 1조1,824억원으로, 비지배 지분을 제외한 자본잠식율은 63.2%에 달한다. 자본잠식율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연속 50% 이상 자본잠식이 계속되거나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현대상선은 3월말 예정된 감사보고서 제출 때 관련 내용이 확인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북 사업은 정부 지침에 따라야 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현대상선은 자구책 마련에 집중해 조속한 경영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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