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11일 오후5시(우리시간) 발표한 5가지 조치는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남북관계는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남북관계가 끊기면서 앞으로 향후 남북대화는 대북-대남 확성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분석까지 나온다.
북측은 첫 조치로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을 공단 개발 이전 상태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원래 개성공단 지역에는 북한 6사단, 64사단, 2군단 포병연대 등이 주둔해 있었으나, 공단 조성과 함께 5~15㎞ 정도 후진 배치된 상태였다. 이번 조치로 후방으로 퇴각시킨 군대가 다시 전진 배치되면 서부전선 일대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의 이런 조치에는 개성공단 폐쇄의 귀책사유를 우리 정부에 돌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의 두 번째 조치인 공단 내 남측 인원의 전원 추방은 남북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013년 자신들의 핵실험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 반발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할 때도 인원 철수의 요건으로 북한 근로자의 미수금, 퇴직금, 토지이용료 등에 대한 정산 등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 없이 곧바로 공단 내 남측 인원을 전원철수 시킨다는 것은 이를 조건으로 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선조치 후청산’ 으로 나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자산을 전면 동결하겠다는 세 번째 조치는 일시적 대응으로 보인다. 일단 동결한 뒤 곧이어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몰수 조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몰수를 위해선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의결 등 북한 내부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앞서 금강산관광 시설도 동결 이후 몰수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남북간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까지 폐쇄한 것은 극단적 대응이란 평가다. 남북간 핫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관계의 마지막 통신수단마저 끊는 조치로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통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마지막 조치로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를 전원철수 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예상을 깬 강경조치에 대해 한 대북전문가는 “이제 남북관계는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기보다 ‘관계’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조치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이 높으며,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로 회귀하게 됐다”면서 “남북 대화는 (각자의 TV) 방송을 통해 서로 제안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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