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무려 10.99%나 폭락
글로벌 불안 탓 안전자산 선호 확산
리스크 민감한 코스닥 집중 포격
전문가들 “다음달까지 변동성 클 것”
코스닥지수는 전날 5% 가까운 급락에 이어 11일에도 1% 넘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던 지수에 기름을 부은 건 이웃나라 일본 닛케이지수의 장중 5% 넘는 폭락세였다. 지수는 순식간에 급전직하하며 오전 11시55분 8% 넘게 폭락하며 600선이 붕괴(594.75)됐고 결국 4년6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7번째 사례였다.
하지만 20분간 거래정지라는 안전장치도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의 투매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수를 간신히 600선 위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6% 넘는 급락세로 장을 마쳤다. 이틀간 낙폭이 무려 10.99%. 이틀간 코스피지수 낙폭(4.34%)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이날 지수 폭락은 종목을 가리지 않았다. 1,158개 종목 중 90%에 육박하는 1,007개의 종목에 ‘파란 불’이 켜졌고, 대장주인 셀트리온(-11.66%)과 시총 2위인 카카오(-7.85%)를 비롯한 대형주들이 지수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며 공포심을 키웠다.
연초 중국 패닉 장세와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코스피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일 때에도 670∼680선에서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코스닥이 유독 집중 포격을 맞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 불안이 극에 달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에 민감한 코스닥 시장을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도이치뱅크 등 유럽발 은행 문제가 대두되면서 극단적인 위험 회피 현상이 시장에 반영됐고 개인 투자자 위주의 코스닥 시장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 관련 이슈에 민감한 종목들이 코스닥에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그 동안의 견조한 흐름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이 강하다. 연초 이후 급락 이전인 5일까지 수익률을 비교하면 코스닥은 글로벌 57개국 주요 증시 평균 수익률(-6.34%)은 물론 여타 국가의 중소형주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0.15%를 기록했다. “코스닥의 가격 부담이 가중되면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 강화라는 방아쇠가 차익 실현 매물로 이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는 것이다. 고평가 부담이 컸던 제약업종에 매물 폭탄이 집중되면서 지수 하락을 부채질한 것도 이런 이유로 분석된다. 제약업종 지수의 이날 하락폭은 10.32%에 달한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당장 긴 춘절 연휴를 마치고 다음 주 개장하는 중국 증시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 팀장은 “중국 연휴 기간 중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한 것이 중국 증시에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코스닥이 또다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위험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뒤엉켜있어 단시일 내에 해소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은 코스닥시장에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박성현 연구위원은 “유럽은행 문제나 중국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만큼 높은 변동성이 2~3월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서킷브레이커 =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코스피 혹은 코스닥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15% 이상 급락한 상태가 1분 간 지속될 경우 각각 1, 2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씩 거래를 중단한다. 이후 10분 간은 동기호가 단일가 매매로 장이 재개된다. 20% 이상 급락하면 3단계가 발동돼 당일 장이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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