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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당 100원에 양심 판 의사… 뒷북 치는 보건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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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당 100원에 양심 판 의사… 뒷북 치는 보건 당국

입력
2016.0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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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4명 "병원서 C형간염 걸렸다"

신고했지만 역학조사 안해 피해 키워

적발해도 시정명령 그쳐 처벌 미미

재사용 의심 기관 대상 현장조사

중대 위해 땐 의사면허 취소 추진

개당 100원도 하지 않는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환자들을 감염 위험에 내모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감염예방 수칙도 지키지 않는 의료진과, 신고를 받고도 확인에 수개월이 걸린 보건당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본 중 기본도 안 지킨 의사

지난해 말 서울 양천구 소재 다나의원에서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 간염이 집단 발병했을 때만 해도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여겨졌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1회용 주사기의 재사용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이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의해 확인되면서 다른 병원에서도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충북 제천시 양의원에서는 70대 의사가 근육주사를 놓을 때 주사침만 갈아 끼고 주사기를 재사용했고,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는 자가혈 주사시술(PRP)을 받은 환자 중 101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면 안 된다는 건 너무나도 기본적인 내용이라, 이를 어겼다는 것은 무지하거나 무신경한 걸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유통체계에서 1회용 주사기 공급을 모니터링할 방법이 없어 실태조사가 쉽지 않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비급여로 사용되는 주사기는 건강보험공단 자료로 파악이 안 되고, 제약회사 등이 주사액과 함께 무상으로 주사기를 공급하는 경우도 많아 공급량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병원 종사자들의 공익 신고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할 상황이다. 복지부와 질본은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사제 처방 비율이 높거나, C형 간염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기관을 분류해 5월까지 일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고 받고도 확인까지 8개월 걸려

보건당국도 무더기 감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늑장 대응한 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4월부터 7월 사이 14명의 환자가 ‘한양정형외과를 다녀온 후 C형 간염에 걸렸다’고 보건소에 신고했지만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질본은 환자들의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한 종류가 아니고, C형 간염 전파경로인 문신ㆍ피어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특정 병원에서 집단 발생했다고 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다른 신고자가 나타나고서야 뒤늦게 PRP를 통한 감염을 의심하고 심층 역학조사를 실시한 끝에 101명의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양정형외과는 주사기 재사용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데다, 보건당국의 첫 조사 직후인 지난해 5월 27일 자진폐업해 감염원에 대한 물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첫 신고 후 8개월이 지나서야 제대로 들여다 본 보건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환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정확한 감염경로 파악도 어렵게 만들었다.

적발해도 시정명령… 면허 취소 추진

1회용 주사기 재사용 사실이 적발돼도 현재 가능한 제재는 재사용을 금지하라는 시정명령(시정명령을 어길 시 15일 간 업무정지), 면허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에 그친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의료법상 1회용품을 재사용해도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형사처벌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1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인정한 양의원에 대해서도 시정명령만 내려진 상태다. 복지부는 두 병원에 대한 역학조사에서 감염 인과관계가 드러나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등에 대해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조은희 질본 감염병관리과장은 “우선 지난해 양의원에서 근육주사를 맞은 4,000명에 대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10년치까지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의료법을 개정해 1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 처분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계속 1회용 주사기 재사용 병원이 나오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안전을 의사에게만 맡길 수 없다”며 “메르스 핫라인처럼 따로 콜센터를 만들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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