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硏, 전문가들 설문조사 결과
“美 금리 인상ㆍ저유가 등 악재보다
단기적ㆍ근시안적 처방이 더 문제”
저성장과 수출침체 등 국내 산업의 위기가 세계 경기 침체 등 글로벌 환경 변화보다 단기적이고 정치적으로 바뀌는 내부의 정책적 요인이 더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14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산업정책을 수립ㆍ실행하는 정부 출연연구소 연구원 및 관계부처 공무원, 교수, 민간연구소, 국회, 경제단체와 재계 등 전문가 166명을 대상으로 ‘현재 산업정책의 문제점’을 설문 조사한 결과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단기적이고 경기대응적인 정책 추진’(25.9%)이 꼽혔다. 즉, 단기적인 경기진작책이나 임기응변식 수출대책이 아니라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서 나온 ‘정치적 논리에 따라 정권이 바뀌면 달라지는 정책 추진’(16.3%), ‘비효율적인 정책의 거버넌스 체계’(13.3%), ‘과도 또는 과소한 재정 및 조세지원 규모’(12.0%), ‘과도한 경쟁 제한과 규제’(10.8%) 역시 정책 수립의 문제점을 지적한 응답들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명박 정부), ‘창조경제’(박근혜 정부) 등 정권마다 바뀌는 핵심 정책이 대표적이다.
반면 급부상한 중국의 추격, 미국의 금리인상,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진 저유가 등 최근 우려가 높아진 외부변수들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본 것이다.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력의 핵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꾸준히 늘거나 일정 수준 유지돼야 하는데 올해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20%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구조적인 문제 해결보다 재정투입이나 소비진작책으로 성장률만 끌어올리려 한다”며 “정부가 잠재성장률 4% 목표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정책 목표가 바뀐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의 차별을 지양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보편화된 만큼 정부가 산업정책에 개입하는 게 바람직한지 먼저 따져 봐야 한다”며 “개입할 경우 정부가 능력이 있는지, 어떤 식으로 무엇을 할 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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