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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정상화 과정 이후 보복 징계ㆍ고소 난무

입력
2016.0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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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정이사 9명 중 4명을

사분위, 구 재단 측 인물로 채워

김문기 작년 8월 총장 취임 후

교수ㆍ직원들 무더기 파면ㆍ해임

대학구조 개혁평가 ‘D-’ 등급

작년 교육지원 예산 1/6로 깎여

정대화(오른쪽)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가 2014년 11월 학교로부터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뒤 단식농성장이 마련된 본관 앞에서 학생들과 야외수업을 하고 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정대화(오른쪽)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가 2014년 11월 학교로부터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뒤 단식농성장이 마련된 본관 앞에서 학생들과 야외수업을 하고 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김문기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조재용 총장 직무대리와 보직교수는 학내 구성원에 대한 탄압을 즉각 멈추고 전원 사퇴하십시요!”

지난해 12월 18일 강원 원주시 상지대 본관 옥상 난간 앞에서 총학생회장 전종완(25)씨는 이 같이 외쳤다. 5개월 전 재단 비리의 중심인물이었던 김문기 총장이 물러난 뒤에도 총장 직무대리 등을 조종하며 학내 분규를 조장한다는 것을 비판하는 시위였다.

사학비리로 20년 이상 진통을 겪어온 상지대가 다시 끝 없는 학내 분규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부정 입학 등 비리를 저질러 1993년 구속된 김문기 전 이사장이 다시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학교 운영이 파행을 빚고, 이에 반발하는 학교 구성원들이 무더기 징계와 고소전에 휩싸였다.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파행과 갈등이 정부의 사학 정상화 과정을 거치고 나서 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들이 운영하던 상지대에 2010년 교육부 소속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학교를 정상화하겠다며 정(正)이사를 임명하면서 사실상 학교 운영권을 구 재단에 되돌려 준 것이 오늘날 상지대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2월 전종완 상지대 총학생회장이 본부 건물 옥상 난간에서 이사진 퇴진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전종완 상지대 총학생회장이 본부 건물 옥상 난간에서 이사진 퇴진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징계 고소 휩싸인 김문기 총장 체제

2010년 상지학원 재단은 정이사 9명 중 4명이 김 전 이사장 측 인물로 채워졌다. 이어 구 재단 측이 다른 이사 1명을 회유해 이사회 과반을 점유했다. 2014년 3월에는 사분위가 임시이사 한 자리마저 구 재단 측 정이사로 채워 넣었고, 같은 해 8월 아예 김 전 이사장이 학교 총장에 취임했다. 이 때부터 피비린내 나는 보복 징계와 고소가 시작됐다.

“김문기씨는 총장이 된 직후 제 파면 절차부터 밟았습니다.” 2011년 교수협의회 대표에 이어 대외협력위원장,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맡아 구 재단 복귀 반대에 앞장섰던 정대화(59) 교양학부 교수는 김 총장 체제가 들어선 2014년 12월 학교비방과 선동을 이유로 파면됐다.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였던 방정균 한의대 교수 등 3명도 이듬해 파면됐다. 같은 이유로 2014~2015년 교직원 5명이 해임됐다. 지금까지 40명 가까운 교수와 직원들이 파면과 해임 외에 정직, 감봉 등 징계를 받거나 재임용ㆍ재계약이 거부됐다. 재단 측이 학교 구성원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도 30건이 넘는다.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재단은 총학생회 간부들에 대한 표적 징계와 매수 시도도 서슴지 않았다. 2014년 총학생회장을 지낸 윤명식(26)씨는 “학교가 취업을 미끼로 학생들을 매수해 ‘김문기 반대 운동이 교수들의 사주를 받아 이뤄졌다’는 말을 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윤씨 등 학생회 간부 4명은 총장실 난입, 인성교육거부 주도 등을 이유로 2014년 12월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고 이후 징계위원회 회부 등 9명의 학생이 징계 대상이 됐다.

재단 측의 무분별한 징계와 법적 대응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검찰 수사를 거쳐 대부분 처분 취소나 무혐의 결정이 났다.

구 재단에 학교 되돌려준 ‘학교 정상화’

사분위가 구 재단 측에 이사회 주도권을 넘겨준 2010년부터 학사운영은 파행을 빚기 시작해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김문기 측 이사들과 비(非) 김문기 측 이사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교원 충원과 예산심의 등이 수시로 지연되거나 파행됐다. 지난해 취업 인턴십 사업 등 교육지원 프로그램 예산은 전년도(5억6,936만원)의 6분의 1 수준인 9,376만원으로 깎였다. 2017년 한의대 인증평가에 대비해 병상 100개를 마련한다는 분원 건립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화장실 변기가 깨져 오물이 새고, 염화칼슘이 없어 교내 곳곳이 빙판길이 되기 일쑤였다. 결국 상지대는 지난해 정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를 받아 국가장학금Ⅱ와 재정지원사업 등에서 신규지원을 못 받게 됐다.

학생들의 자치권 침해도 심각하다. 총학생회는 지난해 말 학교로부터 교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결정과 함께 학생회가 입주해 있는 건물의 전기 차단, ‘2016학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참여 배제 통보를 받았다. 고등교육법 제11조 2항에 ‘각 대학의 등심위는 학생위원을 정수의 10의 3 이상이 둬야 한다’고 돼 있는 만큼, 위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반면 김문기 체제 구축작업은 착착 이뤄졌다. 이사회는 장남 김성남을 상임이사에, 친척 최선용과 김일남, 강릉 김씨 원주종친회장 김길래를 이사에 앉혔다. 학교의 상징물도 과거 김문기 이사장 시절(1974~93년)의 것으로 모두 교체했다. 작년 11월엔 학교 설립자를 상지대 전신인 청암학원의 고(故) 원홍묵씨에서 김문기로 바꾸는 불법 정관변경을 시도하다 교육부 행정지도로 무산됐다.

“구 재단 측 이사 해임해야 분규 해결”

이처럼 재단의 독단적 운영과 학내 분규가 심각한데도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2014년 11월 교육부가 대규모 특별종합감사를 벌여 2015년 3월 이사회에 김문기 총장 해임을 요구했으나 재단은 첫 번째 해임 요구에 정직 1개월, 재심 요구에 정직 2개월로 버텼다. 교육부가 ‘김 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이사진을 해임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하자 그제서야 퇴진시켰다. 김 전 총장은 해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7월 김 전 총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김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던 교수 6명이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등 학교는 ‘김문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상지대 안팎에서는 이 같은 혼란을 끝낼 근본 해법은 애초에 혼란의 원인인 구 재단 측 이사진을 해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상지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양심적인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등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훈 총학생회장은 “비리사학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현 이사회가 물러날 때까지 학생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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