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도입 바젤Ⅲ 규정 못 지킬 판
2월 임시국회 통과 안 되면 법안 폐기
재상정해도 12월까지 시간 촉박
무산 땐 수협은행 자본잠식 위기
수협중앙회에서 수협은행을 떼어내 신용(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수협 신경분리 구조개편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실상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2월 임시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법안은 상임위원회에 멈춰 꼼짝도 않는 상태다. 이번에도 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협은행은 최악의 경우 정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14일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 개정안은 현재 수협중앙회 내 신용사업부문으로 있는 수협은행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올해 12월부터 도입되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 규정 때문이다. 바젤Ⅲ는 금융기관을 주식회사로 전제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은 8% 이상, 보통주 자본비율은 4.5% 이상, 기본자본비율(자본준비금, 이익잉여금 등)은 6%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2013년 국내 18개 은행 중 유일하게 바젤Ⅲ 도입시기가 3년 유예됐다. 수협은행은 외환위기 직후 정부에서 받은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떠안고 있는데, 바젤Ⅲ는 ‘상환의무가 있는 금액’을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아 해당 금액이 단번에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 협동조합으로 이뤄진 수협은행이 주식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이와 별도로 9,000억원 가량의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 이에 수협중앙회 측은 수협은행 자회사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수협선진화방안’을 정부에 건의했고, 바젤Ⅲ 도입 유예로 3년의 시간을 벌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5월 수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그해 8월 김우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수협중앙회 재무제표에 ‘신용사업특별회계’를 만들어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수협은행의 공적자금 상환의무를 중앙회 쪽으로 넘기는 것이 핵심이다. 나머지 9,000억원 가량의 자본금 확충을 위한 금액은 조합출자금 및 임직원 급여 출자ㆍ자체 채권(3,500억원)과 정부의 이자보전 방식으로 발행하는 수산금융채권(5,500억원)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수협중앙회는 모회사로서 수협은행이 발행하는 보통주를 인수해 수협은행을 별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상임위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해당 상임위인 농림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현재 세월호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갈등 때문에 파행을 겪으며, 관련 법안 심사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법안 통과 기회는 11일 시작된 이번 2월 임시국회가 마지막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3월부터 본격 선거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법안이 폐기된다. 20대 국회가 열려 법안을 재상정한다 해도 바젤Ⅲ가 도입되는 12월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은행을 분리해 내는 일은 전산작업 등 대대적인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안통과가 무산될 경우 수협은행은 자본잠식까지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수협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2.01%로, 시중은행 평균(13.9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상태로 바젤Ⅲ가 도입되면 공적자금 등이 부채로 분류돼 BIS비율이 바젤Ⅲ가 제시하는 하한선인 8%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수협은행은 정상적인 은행 영업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호소문을 내고 서명운동도 하고 국회도 찾아가고 있다”라며 “상임위 위원들 역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농해수위 개최 부분은 정당간 입장 차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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