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뒷굽 바깥쪽 빨리 닳으면 발 뒤꿈치 틀어질 수 있어
당뇨병환자 ‘당뇨발’ 노출 위험… 모양보다 발이 편한 신발 선택해야
최근 국내에 ‘걷기 열풍’이 불면서 워킹화, 러닝화, 토닝화 등 기능성 신발들이 인기다. 요즘의 대세는 가볍고 잘 구부러지는 워킹화. 업체들은 이에 대해 “기존 기능화들 보다 가볍고 발 전체를 잡아줘 발의 부담이 적고 오래 걸어도 발이 편안하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급기야 한 유명 배우는 TV CF에서 “아웃도어에서 이 정도면 도시에서 날아다니겠다”고 말한다. 과연 워킹화 등 기능성 신발은 도시와 아웃도어를 넘나드는 완벽한 신발일까.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발과 밀착된 기능화를 올레길이나 산길 등 흙 길이 아닌 아스팔트에서 장시간 착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발이 아스팔트 노면 충격을 그대로 흡수, 피로가 축적되면서 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동연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신발의 고유기능은 발을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워킹화처럼 발과 밀착된 신발을 도시에서 장시간 신고 다니면 발이 노면 압력을 그대로 흡수해 발목 손상은 물론 족저근막염, 관절염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기능화를 장시간 동안 도심에서 신고 다니는 것은 맨발로 아스팔트를 걷는 것과 같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형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기능성 신발은 처음에는 편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장시간 신으면 아킬레스건염, 스트레스성 골절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도시에서 날아다니기는커녕 없던 발병이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능화는 말 그대로 특정 목적에 맞도록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김 교수는 “걷기나 등산 등 본래 목적이 아닌 일상에서 이들 기능성 신발을 장시간 착용하면 발에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발은 건강 상태를 드러내는 바로미터다. 오랜 세월 구두를 닦은 장인들은 “구두 둿굽이 닳은 모양만 봐도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구두장인들에 따르면 건강이 안 좋아 구두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의 구두 뒷굽은 닳지 않고 뒷굽에 보푸라기가 생긴다. 구두 뒷굽 바깥쪽이 너무 많이 닳아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팔자(八子) 걸음을 하는 이들이 많아 구두 바깥쪽이 안쪽보다 빨리 닳게 마련이지만, 뒷굽 바깥쪽이 닳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 보다 빠른 경우 발목에 무리가 왔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들도 구두장인들의 이런 분석이 나름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심하게 구두 뒷굽 바깥쪽이 닳았다면 뒤꿈치 안쪽이 틀어져 관절염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평발의 경우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이 닳아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구두장인들 중에는 당뇨병환자를 귀신처럼 콕 집어 내는 이들도 있다. 구두장인들은 “당뇨환자의 구두는 얼룩덜룩하다”며 “소변 볼 때 조금이라도 구두에 튀는데 당분이 구두에 달라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평소 당뇨병이 있다면 구두 선택이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당뇨병환자의 경우 발 감각이 떨어져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억지로 신으면 피부에 상처가 생겨 당뇨발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당뇨병이 진행된 환자 중 신발을 잘못 선택해 발에 상처나 염증이 생겨 당뇨발로 질환이 확대된 이들도 적지않다”며 “신발은 모양보다 발에 편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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