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교사는 '배임수재' 혐의 적용
법원도 사립 교사에 촌지 줄 경우
'부정한 청탁'으로 해석 안 해
지난 2014년 서울 계성초 4학년 담임 김모(45) 교사는 학부모 2명으로부터 몇 차례에 걸쳐 460만 원어치의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 몸에 좋다는 한약재 공진단을 선물 받았다. 공짜는 아니었다. 부모들은 “학생 생활기록부에 좋게 기재해달라”고 부탁했다. 교육청은 김 교사가 사실상 ‘우리 아이 잘 부탁한다’는 청탁의 대가로 400여 만 원어치 촌지를 받았다며 검찰에 고발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2년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의 4학년 담임 이정은(가명) 교사도 160만원 상당의 촌지를 받아 챙겼다.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학생의 학부모에게 “우리 아이가 맞지 않게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12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 40만원 상담의 홍삼 제품을 건네 받은 것이다. 법원은 이번에는 이 교사를 유죄로 판단했다.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고 촌지 160만원도 추징했다.
같은 상황에, 액수도 대동소이 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극명하게 갈렸다. 무죄 판결을 받은 김 교사는 사립 학교, 유죄 판결을 받은 이 교사는 공립 학교 교원이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교사가 똑같이 돈을 받아도 소속에 따라 적용되는 혐의가 다르다. 공무원 신분인 공립 교사에게는 뇌물 수수 혐의가 적용되는 반면 사립 교사에게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된다. 뒷돈을 받을 경우 공립 교사는 ‘직무 관련성’과 ‘금품 수수’ 사실만 증명되면 형사처벌 되지만 사립 교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의 이익을 봤는지에 따라 형사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이 때 촌지를 전할 때 흔한 “아이를 잘 봐달라’는 학부모 부탁을 ‘부정한 청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김 교사에게 촌지를 건넨 학부모의 부탁도 법원은 “사회적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법망을 빠져나간 비리 교사를 교육 당국 차원에서 징계할 방법도 없다. 비위 사실이 적발된 공립 교사의 징계에 대한 권한은 관할 교육청에 있지만 사립 교사의 징계권은 해당 법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관할청은 비위 사실이 있는 교사에 대한 징계를 해당 법인에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명백한 금품 수수 사실이 밝혀져도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건 수 차례 징계 요구 공문을 보내는 것 뿐”이라며 “사립 학교 교직원 들의‘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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