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위, 회의록 미공개 등 폐쇄적 운영 방식 바꿔야
무소불위 권한 견제 장치도 필요
대통령 3ㆍ국회의장 3ㆍ대법원장 5명 등 사분위원 추천에 정치적 입김 소지
더 개방적으로 법조항 개정 나서야
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 검토할만
문제사학 ‘정상화’ 정책이 구재단의 학교 복귀로 이어져 사학비리를 온존케 하는 악순환의 바탕엔 균형추를 상실한 사립학교법(사학법) 입법 및 운용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법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개인 재산이 출연된 법인이자 국민 교육권이란 헌법 가치에 복무하는 기관으로서 사학이 동시에 지녀야 할 ‘자주성’과 ‘공공성’ 가운데 사학 재단의 자주성을 우선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진 데다가 공공성 증진을 위해 법제화된 핵심 조치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운영의 민주성 및 개방성을 높이고 비리재단 복귀 차단 등 관리감독 기준을 강화하는 등 사학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ㆍ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사분위 대대적 수술 필요”
구재단에 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부여하는 편파적 원칙 아래 학교 정상화를 강행하며 ‘비리사학의 복귀 통로가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고영남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회의록 미공개 등 폐쇄적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우선적으로 제기된다. 김종서 배재대 공무원법학과 교수는 “사분위는 임시이사 파견부터 정이사 선임까지 사학 정상화 과정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기구인데도 그 운영을 위원회 내부 규정에 맡겨놓고 있다”며 “독단을 견제할 수 있도록 법령 차원에서 사분위 운영 규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사분위가 임시이사에 대해서는 학교 구성원 대표기구 등 다양한 추천권자를 규정에 명시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선임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며 “정이사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사분위원 선정 기준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사분위는 대통령(3명), 국회의장(3명, 여당 2명ㆍ야당 1명), 대법원장(5명)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 11명으로 구성된다. “교육 문제를 다루는 조직에 정치적 인선이 개입하고 있다”(김형태 변호사)는 원론적 지적은 물론이고, 2007년 말 사분위 출범 직후부터 보수파가 줄곧 행정부와 국회를 장악하면서 정부ㆍ여당 측 위원 5명과 대법원장 추천을 받은 법조계 위원 5명이 ‘친(親)사학적 결정’을 주도하는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현실적 비판이 나온다. 이시우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분위원 인선이 좀 더 개방적인 동시에 사학의 공공성 및 자율성 구현에 적합한 인사가 들어올 수 있도록 법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생 교육권 보장하는 사학법 개정 필요”
사학의 자주성과 더불어 헌법 정신의 양대 축을 이루는 사학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학법 전반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고영남 교수는 “사학법 자체가 헌법에 반한다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사안별로 뜯어보면 사학법인의 이익에 치우친 경향이 다분하다”며 “(사학법인이 장악한)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학생, 교수 등 교육 주체들의 헌법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학법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정이사를 추천할 때도 비리 재단의 재산권보다 교육 주체인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참여토록 하는 것이 교육의 공공성을 보장하려 한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학법 개정 요구는 사학법 반세기 역사에서 가장 개혁적이라는 평을 듣던 2005년 개정법을 사실상 백지화한 2007년 재개정법에 대한 비판과 연결된다. 김종서 교수는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하는 외부인사를 이사로 영입해 사학 이사회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개방이사제 ▦학교법인의 가족기업화를 막기 위한 법인 설립자 및 이사장 친족의 계열 학교장 임명 금지제 등을 사학법 재개정으로 무력화된 대표적 개혁 조치로 꼽으면서 신속한 복원을 주문했다.
이장희 교수는 사학법 개정으로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설치 규정이 마련됐음에도 학교 현장에선 좀처럼 의무를 이행하려 들지 않고 단속권을 가진 교육 당국도 방관으로 일관했던 경험을 사례로 들면서 “제도보다 운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리사학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심각한 비리를 저지른 사학재단은 교육 현장에 복귀할 수 없도록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시우 교수는 “사학에 보장된 자율권을 악용한 재단의 경우 단 한 번의 비리 행위로도 일정 기간 또는 영구히 학교를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홍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교육에 대한 공적 관리·감독을 강화해 적정선에 미달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 사학에 대해선 학교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사학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리더가 조직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을 장악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권위주의 풍토가 사학 운영 과정에도 작용하고 있다”며 “아무리 법을 잘 만들더라도 지키는 사람들이 밀실에서 법의 형식적 요건만 따져 이익을 취하려 든다면 법의 취지를 실현하는 일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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