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방위 제제만이 유일 해법 인식
남북간 신뢰 구축 필요성 언급 안해
“북에 속을 만큼 속아… 기대 없어”
정권 초기 ‘신뢰 프로세스’와 정반대
중간협상 단계 없이 단번에 비핵화
한반도 군사 긴장 등 감수 의지 비쳐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한 고강도 대북 압박ㆍ제재와 남북 교류ㆍ협상 중단 → 핵 폐기ㆍ도발 포기 등 북한의 실질적 변화 → 남북한 평화통일’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에서 제시한 새로운 대북 정책, 즉 ‘신(新) 대북 독트린’의 뼈대는 이 같이 요약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남북 간 신뢰 구축 필요성’을 한 번도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들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정권의 목을 조이는 전방위 경제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변화시킬 유일한 근본적 해법이며, 이를 통해 북한을 항복시키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과거처럼 북한에 퍼주기 식 지원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해 인도적 지원ㆍ경제협력 등의 명분으로 북한에 들어가 김정은 체제 유지에 전용되는 ‘달러’를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은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고 언급한 것은 북한의 ‘레짐 체인지’(김정은 축출과 새 정권 옹립)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남북한이 경제ㆍ문화 분야 협력 등 ‘작은 통로’를 통해 신뢰를 쌓아 나가는 과정에서 북한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을 이룬다는 내용의, 현 정부 초기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정책과 정반대의 대북 기조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 전환에는 ‘북한에 속을 만큼 속았고,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핵 포기나 도발 중단 등을 놓고 북한과 주고 받는 협상을 수없이 시도했지만, 북한이 돌려준 것은 약속 파기와 반복된 도발뿐이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노력과 지원에 대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대답했고, 이제 수소폭탄 실험까지 공언하며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중간 협상 단계 없이 북한이 핵을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몰아 붙여 단번에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북관계 단절과 북한 체제 내부의 균열로 인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등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마지막 단락에 “우리 모두가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들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힘을 모아 달라”는 문장을 넣어 대북 강경책의 종착지가 평화통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이대로 변화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천 배치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대북 강경책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새로운 대북 독트린의 성공 여부는 북한을 그야말로 뼈아프게 압박하고 제재할 수단을 정부와 국제사회가 마련할 수 있을지, 북한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동참시킬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현재로선 “별다른 압박 카드가 없는 게 현실이고, 그 카드를 찾지 못하는 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구호에 그칠 수 있다”(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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