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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시험대 오르는 메르켈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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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시험대 오르는 메르켈의 리더십

입력
2016.0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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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유럽연합(EU)의 시험대에 올랐다. 메르켈 총리는 18일 시작하는 EU 회담에서 유럽 정상들을 설득해 ‘난민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독일 안팎에서 반난민 정서가 들끓으며, 외신들은 메르켈 총리가 11년 정치 생활에서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메르켈 총리가 “그동안의 거침없는 행보와 달리 유럽 정상들에 난민 문제 해결을 ‘애원(Begging)’해야 하는 처지”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르켈이 EU에서 완전히 고립됐다”고도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EU 내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여 왔다. 그는 디폴트에 빠진 그리스와의 구제금융 협상에서 ‘EU 탈퇴’를 불사한 그리스의 반발을 무너뜨리고 강도 높은 개혁안을 관철시켰다. EU를 단결시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안도 통과시켰다.

지난해 9월에는 EU 28개 회원국이 국력에 따라 난민 16만 명을 나눠 받는 ‘난민 쿼터제’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유럽은 메르켈 총리가 주장한 ‘인도주의적 관점’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유입’에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상황은 불과 5개월 만에 반전됐다. 시리아 내전 격화로 하루 3,000여명의 난민이 EU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독일 쾰른에서는 난민에 의한 성범죄가 발생하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도 터져 나왔다. 이에 따라 유럽 전역에 ‘반난민’정서가 번졌다.

가장 크게 반발하는 지역은 이슬람에 적대적인 동유럽 국가들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이달 9일 “그리스 국경에 철조망을 세워 난민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도 “기독교 신자 난민만 받겠다”고 사실상 난민 수용을 거절했다.

난민에 호의적이던 스웨덴도 난민 센터 직원이 난민에 의해 피살된 후 일부 난민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경제 문제로 독일과 불화를 겪은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연일 메르켈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독일이 난민 문제를 한계까지 밀어 붙이고 있다”며 “자신의 주장보다 상대방의 주장에 더 귀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각국의 반발로 2월 현재까지 세계 각국이 실제로 나눠 받은 난민은 약속했던 16만명에 턱없이 부족한 500명에 불과하다.

독일 상황도 심상치 않다. 1월 공영방송 여론조사에서 지난해 75%까지 치솟았던 메르켈 총리 지지율은 4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월 여론조사에 45%의 독일인이 EU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지만, 최근 34%로 급감했다. 난민에 대한 유럽의 대응에 실망했다고 FT는 분석했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는 올해 봄 날씨도 변수다. 한겨울인 1월에만 6만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입국했고, 날씨가 풀릴 경우 그 규모는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번 EU정상회담에서 메르켈 총리가 유럽 정상을 회유하는데 실패하면 지난해보다 난민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르켈 총리에게도 ‘정치적 카드’는 남아있다.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SR)의 프란체스 헤이스버그 고문은 “독일이 EU에 대한 경제 기여도가 낮은 프랑스에 ‘관용’을 베푸는 대신, 난민 정책 지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와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탈퇴)’ 문제로 대립 중인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도 잠재적 우군이다. 메르켈 총리는 EU에서 거의 유일하게 캐머론 총리를 돕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비판만 받는 것도 아니다. 뉴욕타임즈(NYT)는 유엔 사무총장실 언론특보로 최근까지 근무한 마크 셰돈의 글을 실으며 메르켈 총리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통합 때 푸틴과 줄기차게 통화하며 미국과 러시아를 중재한 최고의 유엔 사무총장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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