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해놓고도 등급 공개는 안 해
그린벨트라고 ‘급’이 다 같은 건 아니다. 정부는 1999년부터 그린벨트에 1~5등급까지 환경등급을 매겨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고 있다. 자연훼손이 안된 최상급이 1등급이고 보전가치가 가장 낮은 게 5등급이다. 하지만 지난 17년간 각 등급별로 그린벨트 면적이 얼마나 되고 또 해당 지역이 어디인지 단 한번도 공개된 적은 없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토지 소유자라도 개별적으로 지자체에 문의를 해야만 자신의 땅이 몇 등급인지 알 수 있다. 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땅 투기 우려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 쓰임새를 살펴보면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가는 게 사실이다.
18일 국토부에 따르면 환경등급은 1999년과 2015년 2번에 걸쳐 매겨졌다. 그린벨트 내 자연 상태를 ▦경사도 ▦표고 ▦수질 ▦식물상태 ▦농업 적성도 ▦임업 적성도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살펴본 뒤 1~5단계까지 등급을 부여한다. 천연림 등 녹지가 많고 환경 보전가치가 높을수록 등급이 올라간다.
하지만 등급별 정보는 ‘깜깜이’에 가깝다. 1~2등급이 1999년 그린벨트 전체의 67.4%에서 지난해 78.9%로 11.5%포인트 늘었다는 정도만 확인된다. 그린벨트 해제 시 낮은 등급 위주로 해제돼야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실제 도입 당시에는 국토연구원에서 3~5등급만 해제 가능토록 했지만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지역현안사업과 국책사업에 사용되는 경우 1, 2등급도 해제할 수 있도록 바꿨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환경등급을 만든 취지는 등급이 높은 곳은 보전하고 가치가 낮은 곳 위주로 해제,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정권이 바뀔수록 그 의미가 퇴색했다”며 “이명박 정부 때도 보금자리주택을 위해 67㎢의 그린벨트가 풀렸는데 녹지가 많은 1~2등급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권의 정책 방향에 따라 1~2등급을 해제하는 경우도 빈번한 상황에서 모든 등급을 공개하고 공론화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란 얘기다. 염 사무총장은 “등급을 투명하게 공개해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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