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에 대한 여권의 태도가 무척 절실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에 테러 방지를 위한 기본 법 체계가 없는 것을 IS(이슬람국가)도 알아버렸다”고 지적했다. 16일 국회 연설에서는 “테러 등의 위험에 국민안전이 노출돼 있다”고 했다. 18일에는 국정원과 청와대가 함께 움직였다. 북한이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국정원의 설명에 김성우 홍보수석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19일에는 이병기 비서실장이 국회를 찾아 테러방지법 통과를 촉구했다.
▦ 한국에는 테러라는 단어가 들어간 법이 없다. 미국 9ㆍ11 테러 발발 직후인 2001년 정부가 ‘테러방지법’을 제출하고,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가대테러 활동에 관한 기본법’을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에 실패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국가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 ‘국가 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 등 셋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호소에도 국회 통과는 기약할 수 없는 상태. 가장 큰 이유는 국정원 권한 강화에 대한 우려다.
▦ 실제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은 국가테러대책회의 상임위원장을 국정원장이 맡게 했다. 또 테러 단체 구성원 또는 의심자의 출입국ㆍ금융거래ㆍ통신이용 정보를 수집ㆍ조사할 수 있는 테러통합대응센터를 두되 센터장은 국정원장이 제청토록 했다. ‘국가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도 국정원장이 사이버안전전략회의 의장을 맡고 국정원 산하에 사이버안전센터를 두게 했다. 대 테러 업무의 기초가 정보이기 때문에 국정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에 대한 불신이 너무 강한 게 문제다.
▦ 국정원은 18대 대선 인터넷 댓글 사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 등 최근에도 정치 공작 및 간첩 조작에 연루됐다.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대 테러 업무의 컨트롤타워가 되기에는 중립성, 도덕성, 업무능력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러방지법이라는 명칭의 법은 없지만 통합방위법 등의 법령과 군ㆍ경찰의 대테러특공대 등이 이미 있어 국정원의 힘을 키워줄 테러방지법을 굳이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테러방지법의 관건은 국정원의 신뢰 회복이다.
/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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