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을 위한 여야담판이 22일을 넘긴 심야회동에도 또 다시 실패했다. 4ㆍ13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당은 이날 심야까지 3차례 마라톤 회동을 이어가며 고성이 오갈 정도로 격론을 벌였으나 ‘테러방지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통을 거듭했다. 이로써 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사태는 23일로 53일째를 맞게 됐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밤 9시 양당 대표와 원내지도부를 포함하는 ‘4+4’협상을 재개해 주요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의 합의 도출을 시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을 테러방지법ㆍ북한인권법과 함께 처리하자는 여당과 선거구 획정 기준을 먼저 처리하자고 맞서는 야당의 주장이 끝내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23일 본회의에서 북한인권법과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 중인 무쟁점 법안 77개를 처리하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또 양당 대표는 23일 다시 만나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회동에 이어 정의화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원내지도부를 통해 합의처리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다져 협상 전망이 밝아졌으나 결국 테러방지법에 발목을 잡혔다.
여야는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테러방지법에서 국가정보원에 정보수집권을 부여할지 여부와 국내외 테러위협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인 ‘대테러통합대응센터’지휘 감독을 어디서 할지를 놓고 의견 충돌을 빚었다. 여당은 테러통합대응센터를 국무총리실 아래에 놓고 국정원의 관련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인권조정관을 두는 절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야당은 “국정원에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것과 같다”며 이를 거부했다.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회동에서도 여야는 팽팽히 맞섰다.
여야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결국 정의화 국회의장이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풀 권한을 다시 쥐게 됐다. 정 의장은 이날 출근길에 테러방지법 처리를 위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직권상정을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며 여야의 합의를 재차 압박했다. 정 의장 측은 테러방지법 합의가 안 될 경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인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 의장은 이날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을 국회로 불러 최근 북한 등의 실질적 테러 위협 정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최근 북한이 정찰총국을 중심으로 대남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전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테러방지법의 입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야는 지역구를 253석으로 현재보다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47석으로 줄이기로 합의한 것 외에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강원도 의석 수는 1석 줄이는 방향으로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선거구 획정 기준은 가닥을 잡아놓고도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이 시작되는 24일 코앞까지 쟁점법안 연계전략으로 획정이 지연되며 4월 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 연기론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여론의 압박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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