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가상현실 4D 상영관
롤러코스터 스노보드 체험…
관람객들 환호 비명 잇달아
“전시관마다 이미 VR이 대세”
통신사 등 글로벌 ICT업체들도
앞다퉈 ‘가까워질 미래’시연
콘텐츠 부족 등이 상용화 숙제
어지럼증, 피로감… 일부 부작용도
2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라 그란비아 제3전시관 내에서는 끊임없이 비명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진원지는 올해 MWC 행사에서 꼭 들려야 할 곳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가상현실(VR) 4차원(4D) 상영관이었다. VR이란 360도 펼쳐지는 영상과 음향을 통해 실제와 흡사한 가상 공간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이 곳에서는 앞으로 VR이 우리의 생활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28개의 의자에 앉아 삼성전자 VR 기기인 ‘기어 VR’을 착용하면 약 2분 동안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스노보드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것과 같은 영상이 눈 앞에 360도로 펼쳐지며 의자가 위 아래로 요동친다.
그 바람에 삼성전자의 VR 체험 공간은 문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한 번 체험하려면 평균 30분 이상 대기해야 했지만 관람객들은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았다. 롤러코스터 VR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궁금한 듯 쳐다보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관람객들도 많았다. 이 곳에서 처음으로 VR을 체험해 본 김모(31ㆍ여)씨는 “롤러코스터가 올라갈 때 발 밑을 봤는데 진짜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아찔해 절로 눈을 감게 됐다”며 “체험 전에 반신반의 했는데 바람만 불면 진짜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실감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올해 MWC에 전시관을 차린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은 제조사, 통신사, 부품제조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앞다퉈 VR 기술을 선보여 올해가 VR 시대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 일본 소니, 대만 HTC 등이 올해부터 VR 기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 21일 전략 스마트폰 G5와 함께 공개한 VR 기기 ‘LG 360 VR’과 VR 카메라 ‘LG 360 캠’을 자사 전시관에 선보였다. 삼성전자처럼 움직이는 의자에 앉아 LG 360 VR로 가상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는 4석 규모의 VR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대만 HTC도 제7전시관에서 아직 출시 전인 VR 기기 ‘바이브’를 시연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는 만지거나 써 볼 수 없었지만 존재만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ICT 장비업체 노키아는 가격이 무려 6만달러(약 7,800만원)에 이르는 전문가용 VR 카메라 ‘오조’를 전시했는데, 동그란 모양에 렌즈와 마이크가 각각 8개씩 달린 독특한 외형으로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업체나 통신업체들은 VR 시연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 소개에 VR이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동차업체 포드는 자율주행자동차에 탔을 때 상황을 탑승자 시점에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VR로 시연했고, SK텔레콤은 잠수함 모양의 체험 공간에서 앞으로 5세대(G) 이동통신이 상용화하면 깊은 바다에서 신호를 탐지하고 구조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을 VR 영상으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ICT 업체들이 VR에 공을 들이는 만큼 VR 대중화가 멀지 않았다고 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VR은 아직 상용화하지 않아서 설명하기 어려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 데 제격이어서 이미 전시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며 “이번 MWC 전시회가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VR이 대중화하려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고동진 삼성전자 휴대폰부문 사장은 “VR 기기와 콘텐츠의 질이 많이 좋아졌어도 20분 이상 보면 어지럽고 피곤할 수 있다”며 “기기 측면에서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MWC 현장에서 VR 체험을 한 관람객들 중 멀미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즐길만한 콘텐츠 수가 많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이 360도 VR 영상을 유통하고 합리적 가격대의 VR 카메라가 속속 나오면서 이용자들이 직접 촬영한 VR 콘텐츠가 차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영화나 게임업체 등이 만든 양질의 전문 콘텐츠가 늘어나야 VR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르셀로나=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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