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최재은(63)이 비무장지대(DMZ)를 배경으로 한 공중정원 프로젝트로 5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제15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초청받았다고 국제갤러리가 24일 밝혔다. 최 작가는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일본관 대표로 참가한 적이 있어 이번 일로 짝수와 홀수 해에 번갈아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과 미술전에 모두 참가한 작가가 됐다.
올해 건축전 총감독인 칠레 출신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지난해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를 전시 주제로 제시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건축계 도전과 결과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건축전에선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건축의 역할을 모색하고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건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돼 최 작가의 프로젝트가 인도주의적 담론 차원에서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국제갤러리는 내다봤다.
최 작가는 DMZ 프로젝트 ‘몽(夢)의 정원/드리밍 오브 어스(Dreaming of Earth)’를 모형 설치와 영상, 슬라이드, 문서, 시청각 자료 등 다양한 아카이브로 보여줄 예정이다. 프로젝트는 매설된 지뢰에 대한 염려를 덜고 사람과 생태계를 함께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지상 3~6m 높이에 대나무와 천연 재료를 이용, 총 15㎞ 길이의 공중정원 13개를 만들고 그곳에 ‘바람의 탑“을 두 군데에 세운다.
최재은과 협업한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반 시게루가 보행로와 타워를 디자인한다. 최 작가는 지난해 11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강연에서 “한탄강을 낀 곳 공중에 조그만 길을 내고 싶었다”고 밝힌 뒤 “시게루가 DMZ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 그에게 전화했다”며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프로젝트에는 제거에만 489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지뢰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순수한 자연 생태계를 조망, 갈등과 분단을 생명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철원 DMZ 내에 있는 평강고원을 배경으로 구상된 이 프로젝트는 궁예가 백제와 연해주까지 이르는 ‘대동방국’(大東方國)을 세우고자 이상적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자 했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최 작가는 이 프로젝트로 남북통일 비전의 첫 걸음을 내디디고 궁예도성 복원을 위해 경원선의 구간 복원공사 진행, 공중정원 내 생태계 회복을 위한 종자은행 구축 등을 제안한다. 본전시에선 현재 상황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보여주고자 러일 전쟁에서부터 DMZ 생성 과정 등 관련 자료도 선보인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본전시에 한국 작가가 참가하는 것은 4년 만이다. 2010년 서도호와, 그의 동생 서을호와 김경은이 운영하는 서아키텍츠가 함께했고 2012년에는 승효상이 참가했다. 2014년 건축전에선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남북한의 건축 100년을 조망한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지난해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본전시에선 임흥순 작가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은사자상을 받았다. 올해 건축전은 5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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