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에서 중간층 카스트가 하층 카스트 우대정책의 혜택을 받기 위해 대규모 시위를 벌인 끝에 계급강등의 목적을 달성했다. 인도 젊은이들의 구직난이 폭동에 불을 지핀 것인데 전통의 카스트도 경제난 앞에서는 무기력했던 셈이다.
22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14일부터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에서 중간층 내지는 중류층으로 분류되는 자트 카스트 집단이 “자트를 기타하층민(OBC)으로 분류해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차량에 불을 지르고 도로를 점거하는 등 폭력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19명이 사망했다. 21일에는 시위대가 뉴델리 절반 이상에 공급되는 상수도 수로를 차단해 뉴델리 시내에서 단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놀란 주 정부는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자트에 하층민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22일부터 시위는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브라만(성직자)-크샤트리아(군인)-바이샤(평민)-수드라(천민)으로 크게 구분되는 전통적 힌두 카스트 기준에서 자트는 바이샤 이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리아나 주에서는 과거 농업에 종사하던 지주 계층으로 부유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농업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젊은 자트들은 대학 진학과 정부 고용 쪽으로 눈을 돌렸다.
문제는 인도에 젊은이들을 위한 충분한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인도 정부가추진하는 하층민 우대정책 때문에 이들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면서 카스트 제도로 인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정서가 확산됐다. 실제 인도 정부는 불가촉천민과 밀림 원주민, 기타 하층민들에게 공무원 시험과 대학 시험에서 50% 내외를 할당하는 하위 카스트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결국 젊은이들의 구직난이 자트의 분노로 폭발한 것이다. 인도 일간지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21일 하리아나 주 자자르 구에서 사이니스, 쿰하르, 잘하이 등 하층 카스트에 속해 우대혜택을 받는 주민들의 상점이 자트에게 공격당해 불에 타고 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인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마찬가지로 바이샤 이상 카스트인 파리다르가 자신들도 OBC에 포함시켜주거나 하층민 우대 정책을 폐지하라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유시장 체제가 도입되면서 힘을 잃은 전통적인 카스트가 정부의 우대정책에 매달려 생존을 시도하는 상황에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티쉬 데시판데 델리대 사회학과 교수는 NYT에 “상당수의 인도인들이 경제와 사유재산 시장에서 밀려나 무기력하고 절박한 상태”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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