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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당장 논란 일더라도…" 원칙엔 확고, 소통엔 인색

입력
2016.02.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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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 폐쇄ㆍ사드 배치 결정 등 소신 갖고 과감하게 밀어붙여

친인척 비리ㆍ국정 전횡 막으려 3년간 동생ㆍ조카들도 안 만나

메르스 관련 직접 사과 않는 등 때때로 선명한 불통 꼬리표 남겨

“여론조사 결과는 일일이 보고하지 마세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청와대 비공개 회의에서 한 참모의 여론 동향 보고를 중단시키고 이 같이 지시했다고 한다. “오로지 애국심과 사명감을 갖고 자신 있게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국민과 역사가 알아줄 것이니,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전했다.

‘원칙, 그러나 불통’으로 요약되는 박 대통령의 저돌적 통치 스타일이 어디서 비롯됐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었다.

올해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이후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지난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맞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강경한 대북ㆍ외교 정책은 ‘당장 논란이 일더라도 북한을 반드시 변화시키겠다’는 원칙론에서 나왔다. 막강한 ‘표’를 갖고 있는 공무원과 노동계의 반발을 감수하고 공무원연금ㆍ노동개혁을 밀어 붙인 것이나 정치인ㆍ경제인 특사 제한 약속을 과거 정권들에 비해 엄격하게 지킨 것도 마찬가지다.

친인척ㆍ측근 비리나 국정 전횡을 틀어 막겠다는 원칙은 ‘결벽증’에 비유될 정도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3년 간 동생인 박지만 EG회장도, 조카들도 한 번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대선 공신들까지 가차 없이 내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돌발 일정을 전혀 잡지 않아 청와대 경호실이 ‘가장 모시기 쉬운 대통령’이라 부르고, 해외 순방을 나가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도 참모들을 수시로 불러 국정을 논의하는 등 ‘국민만 생각하는 바른 생활 대통령’의 이미지가 박 대통령의 공고한 지지도의 뿌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에 인색하고 반대 세력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원칙의 리더십’을 상당 부분 퇴색시켰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일에 해외 순방을 떠난 것이나,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 실패에 직접 사과해 논란을 잠재우라는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 ‘정윤회 문건’ 사태의 근원지로 지목된 청와대 참모들의 경질 요구를 일축한 것,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부친상 빈소에 끝내 조화를 보내지 않은 것 등은 선명한 불통 꼬리표를 남겼다. 청와대와 정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 국무위원이나 참모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무언가를 받아 적는 영상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방적 리더십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박 대통령은 지도자가 때때로 파격적 행동으로 단번에 국민의 마음을 녹이고 국정 난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하다. 친박계 인사는 “박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원칙을 실행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인식할 뿐, 통치 스타일 논란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23일 낸 ‘박근혜정부 3년 정책 모음집’에 “욕을 먹어도 좋다는 각오로…”라는 문구가 나오는 것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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