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오늘 본회의 통과해야”
野 “테러방지법 수정 먼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45일 앞둔 28일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거구 공백 사태 59일 만에 가까스로 획정안을 내놨지만,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또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무한 대치하고 있는 여야가 2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획정위는 이날 지역구 의석 수를 현행 246석에서 253석으로 7석 늘리는 내용을 담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획정안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분구 등으로 16개 선거구가 신설되는 대신 통ㆍ폐합으로 9개 선거구가 사라지게 됐다. 경기 지역 의석 수가 52석에서 60석으로 8석 늘어나는 등 도시지역 선거구가 증가한 반면, 농어촌 지역구가 대거 축소돼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막판 쟁점이 됐던 일부 권역의 경우 정치권이 예상했던 실제 획정안과 다소 차이가 나 출마 예정자들 사이에 희비가 교차했다. 강원에서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홍천ㆍ횡성을 분리해 태백ㆍ횡성ㆍ영월ㆍ평창ㆍ정선, 홍천ㆍ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로 통합하면서 새누리당 현역 의원간 지역구 쟁탈전이 예상된다. 5개 자치구ㆍ시ㆍ군을 합쳐 서울 면적의 11배나 되는 공룡 선거구가 등장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황 의원은 “농어촌 지역의 목소리를 외면한 획정”이라고 비판했다.
호남에서는 전남 고흥ㆍ보성(김승남 국민의당), 장흥ㆍ강진ㆍ영암(황주홍 국민의당), 무안ㆍ신안(이윤석 더불어민주당) 3개 선거구가 고흥ㆍ보성ㆍ장흥ㆍ강진, 영암ㆍ무안ㆍ신안 2개 선거구로 재편되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현역 의원간 ‘호남 적통’을 건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통합이나 분구 지역뿐 아니라 선거구 수 변동 없이 구역조정이 이뤄진 5개 지역과 동일 선거구 내 경계조정이 이뤄진 12개 지역까지 게리맨더링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북 상주ㆍ의성ㆍ군위ㆍ청송은 마치 ‘꼬리 달린 괴물’, 충북 보은ㆍ옥천ㆍ영동ㆍ괴산은 ‘소시지’, 전북의 완주ㆍ진안ㆍ무주ㆍ장수는 ‘터진 하트’ 모양새를 한 선거구가 됐다. 진성준 더민주 의원은 성명에서 “서울 강서 분구안은 특정 정당, 특정 정치인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게리맨더링”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20대 총선 선거구는 획정안이 국회 안정행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국회정상화 촉구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의 필리버스터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더민주는 “테러방지법 수정안 합의가 안 되면 선거법 통과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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