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증수표’
새누리당에선 서울 서초갑 예비경선을 이렇게 부른다. “현역 컷오프나 인재영입으로 국민의 시선이 아직은 야권에 쏠려있지만 경선만 시작돼보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다. ‘스펙’으로 치면 대한민국 0.01%에 들 이혜훈(52)ㆍ조윤선(50), 두 예비후보가 이 곳에서 치열하게 맞붙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도 화젯거리다. 이혜훈 전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012년 대선 때 각각 ‘박근혜의 입’으로 활약했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라면 지옥도 따라갈 사람’으로 불렸던 ‘원박’(원조 친박)이고, 조 전 수석은 현 정부에서 장관으로도 발탁돼 ‘진박’(진짜 친박)으로 통한다.
3선 노리는 이혜훈 “연습 없이 일할 수 있는 나를”
“어머, 막둥이 어떻게 됐어요?”
지난 26일 방배1동 옛 방림시장 앞 ‘먹자골목’. 이 전 의원을 알아본 한 주부가 손을 덥석 잡더니 묻는다. “대학 합격해서 오늘 기숙사 짐 싸주고 나왔어요.”(이 전 의원) “아이고, 드디어 수험생 학부모 생활 해방이네.” 곧이어 마주친 70대 여성과도 친근한 대화가 오고 간다. “우리 동네는 노인들이 갈 데가 없잖우.” “그래서 제가 이번에 노인종합복지관을 공약으로 내걸었잖아요.”
17, 18대 서초갑에서 재선을 한 이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친근한 얼굴이다. 그가 내세우는 강점도 지역 현안에 해박하다는 점이다. 그는 “이 지역에 ‘초보’가 오면 4년 내내 동네 사정 파악하느라 일은 못하고 임기 4년이 다 간다”며 “저는 연습 없이, 지체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의 묵은 현안은 노후 아파트 재건축 문제다. 이 전 의원은 “단지마다 사정과 특성이 다르고 재건축 성사를 위해서는 ‘박원순의 서울시’를 설득해야 한다”며 “3선 중진이 아니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맡겨보니 확실하다’다.
그는 18대 국회의원 시절 ‘1호 법안’으로 종부세 개정안을 제출했고, 같은 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하면서 법이 통과됐다. 구반포에서 30년을 살았다는 주부 김모(68)씨는 “의원을 할 때 한다고 한 건 확실하게 해결해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물론 지역은 좁고(잠원동, 방배본동, 방배 1ㆍ4동, 반포본동, 반포 1~4동) 인구밀도는 높아 ‘서울의 갑’ 지역구로 불리는 서초갑에 한 사람이 세 번 공천 받는 건 특혜라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그냥 받는 공천이라면 특혜지만 주민들이 선택하는 경선을 거치는데 특혜일 순 없다”며 “같은 텃밭인 영남은 3선 이상 중진들이 수두룩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잠원동에 사는 자영업자 김모(49)씨는 “공천은 곧 당선인 지역이라고 아무나 내리꽂는 과거의 전략공천에 주민들의 불만도 크다”며 “해본 사람이 낫다”고 말했다.
‘서초 토박이’ 조윤선 “주민의 대변인ㆍ스피커 되겠다”
조 전 수석이 가는 곳엔 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대변인, 장관, 정무수석을 하며 얼굴이 널리 알려진 덕분이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잦다. “TV보다 더 실물이 예쁘다”는 반응은 예사다.
28일 잠원동성당 앞에서 조 전 수석을 만난 조수경(45)씨도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중3인 딸이 팬”이라며 조 전 수석이 수첩에 적어준 메시지를 펼쳐 보였다. ‘꿈을 꼭 이루세요. 조윤선 드림.’ 조씨는 “딸이 조 전 수석처럼 훌륭한 여성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1976년 구반포로 이사온 이래 40년을 산 ‘서초 토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신 15차 아파트 자리에 참외밭이 있을 때 참외를 사다 먹었던 게 생생하다”며 “이제까지 여기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한 건 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초의 딸’이란 구호를 내건 이유다. 지역 주민 서모(72)씨는 “우리 딸도, 며느리도 세화여고를 나왔다”며 “남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진박 후보’ 시선에 대해서는 “인간 조윤선, 정치인 조윤선, 지역구 의원으로 다시 서고 싶은 조윤선을 보이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지금은 서초의 지도가 바뀌는 중대한 시기”라며 동작대교부터 한남대교까지 한강변을 따라 늘어선 아파트의 재건축,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현대화, 정보사령부 부지의 복합문화창조단지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주말이면 함께 길을 나서는 남편 박성엽 변호사의 ‘그림자 외조’도 큰 힘이다. 이날도 박 변호사는 조 전 수석 한 발치 뒤에서 동행하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조 전 수석은 “40년 전 이사온 구반포 집에 그대로 사시는 일흔 아홉, 여든 하나 되신 부모님도 나이 쉰 딸을 돕겠다고 부지런히 다니신다”며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양오ㆍ조소현, 두 남성 후보도 부지런히 표밭 다져
두 여성 사이에서 최양오(56)ㆍ조소현(59) 두 남성 예비후보도 부지런히 표밭을 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 고문인 최 예비후보는 5선 의원과 경향신문 사장을 지낸 고 최치환 전 의원의 아들이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처남이다. 최 예비후보는 “선친을 보고 자라며 정치인으로서 기본 수련을 거쳤고 이제는 스스로 준비가 돼 출마 결심을 하고 보니 매형이 당 대표가 돼있었을 뿐”이라고 김 대표 입김설을 부인했다. 서초에서 30년 간 변호사로 활동하고 제3대 서울시 의원 등을 지낸 조 예비후보는 “지역 밀착형 후보”임을 강조한다. 그는 “서초갑이야말로 지역에서 오랫동안 봉사와 헌신을 하고 주민과 동고동락해온 ‘지역일꾼’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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