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느낄 수도 있을 법한 3월의 첫날이지만 겨울 한기를 머금은 찬바람이 여전히 매섭게 살갗을 파고 든다. 거리에 어둠 이 내리고 자정이 가까워 질수록 발길이 뜸해지는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이곳에 지난해 말부터 63일째 농성을 이어가는 대학생들이 있다. 영하의 날씨에도 서로의 온기에 의지하며 기약 없이 자리를 지킨다. 97년 전 3월 1일 오늘, 이 땅의 약한 백성들의 함성이 온 나라를 뒤덮었듯 이 어두운 밤을 함께 지새우는 학생들이 있어 소녀상은 더 이상 춥지도 외롭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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