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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최종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 가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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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최종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 가 받다

입력
2016.02.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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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트라이트'의 톰 매카시(왼쪽에서 네 번째) 감독과 배우 마이클 키튼(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어깨동무를 하고선 동료들과 작품상 수상을 자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톰 매카시(왼쪽에서 네 번째) 감독과 배우 마이클 키튼(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어깨동무를 하고선 동료들과 작품상 수상을 자축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이변이었다. 경쟁작들에 비하면 왜소해 보였고, 유력한 수상 후보도 아니었다. 많은 해외언론은 깜짝 수상이라고 보도했다. “주요 수상 후보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레버넌트)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매드맥스4)로부터 시상식 막판에 작품상을 강탈했다”(영국 일간 가디언)는 표현까지 나왔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은 다크호스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키며 막을 내렸다.

당초 작품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는 ‘레버넌트’가 거론됐다. 하지만 강력한 도전자인 ‘매드맥스4’가 시상식 초반 기선을 잡았다. 편집상과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을 잇달아 받으며 감독상과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조지 밀러 감독이 웃음으로 파안하는 모습이 종종 카메라에 잡혔다. ‘매드맥스4’는 이날 기술 분야에서만 6개상을 받았으나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이 됐다. 가디언은 “이날 밤의 진정한 성공 스토리는 ‘매드맥스4’”라고 보도했다.

시상식 막바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며 분위기는 ‘레버넌트’로 넘어갔다. 이냐리투 감독은 지난해 ‘버드맨’으로 감독상과 작품상을 안았기에 ‘레버넌트’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였다. 세 번이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고, 한 번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단 한 번도 오스카를 품지 못했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레버넌트’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하지만 작품상의 승자는 의외로 ‘스포트라이트’였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의 활약상을 조밀하게 그려낸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의 활약상을 조밀하게 그려낸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트라이트’는 시상식 초반 각본상만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가져갔으나 1953년 ‘지상 최대의 쇼’(원작상과 작품상 수상) 이후 가장 적게 상을 받은 작품상 수상작이란 기록을 남기게 됐다. AP통신은 “비인기 직업(Underdog Profession)을 다룬 영화가 약자(Underdog)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스포트라이트’는 2002년 미국 유력지 보스턴 글로브가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문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가톨릭교도가 다수인 보스턴에서 각계 유지들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사실을 찾아내는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의 활약상이 저널리즘의 사회적 역할을 드러낸다. ‘스포트라이트’의 작품상 수상은 디지털 시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쇠락하고 있는 저널리즘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스포트라이트’의 제작자 블라이 파곤 파우스트는 “기자들의 영웅적 노력이 없었다면 우린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들은 지구적 변화에 영향을 줬을 뿐 아니라 탐사보도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스포트라이트’의 수상은 미국적인 영화에 대한 우대로 해석될 수도 하다. 자유주의 언론을 대변해 온 미국의 저널리즘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아카데미가 ‘스포트라이트’에 작품상을 수여한 것은 지극히 미국적이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고향으로 가져갔다”는 제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알렸다. 지난해 멕시코 감독 이냐리투가 연출한 영화 ‘버드맨’ 이후 진정한 ‘미국영화’가 작품상을 받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2년 연속 감독상을 받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오른쪽) 감독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2년 연속 감독상을 받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오른쪽) 감독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이냐리투 감독은 작품상까진 받지 못했으나 멕시코 감독의 감독상 3연패라는 진기록을 세우는 데 힘을 보탰다. 2014년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그래비티’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냐리투 감독은 할리우드의 전설 존 포드, 조셉 맨키위츠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감독상 2연패 기록도 남겼다. ‘레버넌트’의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2014년 ‘그래비티’와 지난해 ‘버드맨’에 이어 올해도 촬영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3연속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이냐리투와 루베즈키의 수상으로 최근 세계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멕시코 영화의 경쟁력이 다시 확인됐다.

영화 '룸'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브리 라슨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영화 '룸'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브리 라슨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여우주연상은 생애 첫 후보에 오른, ‘룸’의 브리 라슨에게 돌아갔다. 무명에 가까운 라슨은 17세 때 한 남자에게 납치된 뒤 7년 동안 감금 생활을 하며 아들을 낳고 키운 뒤 탈출을 하게 되는 20대 여인 조이를 연기했다. 그는 케이트 블랜챗(‘캐롤’)과 제니퍼 로렌스(‘조이’) 등 쟁쟁한 배우들과 경쟁해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라슨은 골든글로브상과 영국 아카데미영화상 등 주요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아카데미 수상이 일찌감치 점쳐졌다. 여우조연상은 ‘대니쉬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남우조연상은 ‘스파이브릿지’의 마크 라이런스가 각각 받았다. 비칸데르는 성전환수술을 하는 남편을 곁에서 지키는 아내 역할을, 라이런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옛 소련 첩보원을 각각 연기했다. 당초 여우조연상은 케이트 윈슬릿(‘스티브 잡스’), 남우조연상은 실베스터 스탤론(‘크리드’)의 수상 가능성이 컸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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