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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서 돌아온 자’ 디캐프리오, 마침내 오스카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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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서 돌아온 자’ 디캐프리오, 마침내 오스카 품다

입력
2016.02.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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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

‘레버넌트’서 악전고투 연기 호평

1994년 4차례 후보 불구

수상은 단 한번도 못해 ‘악연’

5세부터 연기…17세에 영화 데뷔

40대 돼서야 ‘진정한 연기파’ 공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가볍게 무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배우 줄리앤 무어가 그의 이름을 부른 직후였다. 객석의 영화인들 대부분이 일어나 박수를 쳤고, 일부는 환호했다. 기쁨을 억누르지 못한 듯 그는 왼손 주먹을 불끈 쥐어 들고 흔들었다. 5세 때 연기에 입문하고, 17세에 영화 데뷔식을 치른 40대 중년배우가 진정한 연기파 배우로 공인 받는 순간이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2)가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레버넌트)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오스카와의 오랜 악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디캐프리오가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레버넌트’에서 곰의 습격을 받고 아들까지 동료에게 잃은 뒤 복수에 나서는 사나이 휴 글래스를 연기했다. 글래스의 악전고투를 몸을 사리지 않고 표현해 내 호평 받았다.

디캐프리오는 1994년 ‘길버트 그레이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일찌감치 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었고, 2005년(‘에비에이터’)과 2009년(‘바디 오브 라이즈’), 2014년(‘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는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하지만 한 번도 상을 받지 못하며 아카데미와의 악연을 이어왔다.

디캐프리오의 아카데미 ‘흑역사’는 1998년 시작됐다. 그가 주연한 ‘타이타닉’은 역대 최고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를 휩쓸었다. 역대 최다인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등 11개 부문을 수상하며 ‘벤허’와 함께 역대 최다 수상작 반열에 올랐다. 정작 디캐프리오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도 못했다. 2005년과 2014년에는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평가 받는 골든글로브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수상 가능성을 키웠으나 아카데미는 그의 이름을 끝내 부르지 않았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를 해낸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를 해낸다.

디캐프리오가 잇달아 수상에 실패하자 동정론과 더불어 비아냥도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예술영화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 영화 5편에 출연했을 때는 아카데미를 겨냥한 연기 행보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아카데미 수상용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멕시코 예술영화의 간판인 이냐리투 감독은 칸국제영화제 단골 초대손님이고, 지난해에는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디캐프리오는 매끈한 외모 때문에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디캐프리오는 ‘레버넌트’로 세 번째 골든글로브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디캐프리오는 이날 상을 받은 뒤 차분한 말투로 ‘레버넌트’의 동료 배우 톰 하디와 이냐리투ㆍ스콜세이지 감독, 부모 등 지인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환경운동 활동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수상 무대를 인류 공동체를 향해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그는 “‘레버넌트’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그린 영화”라며 “지난해는 지구가 가장 뜨거워져 영화를 찍을 때 눈을 찾기 위해 남극 가까이 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모든 생명체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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