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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필리버스터 중단을" 압박… 野 "자칫 역풍 불라" 출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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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필리버스터 중단을" 압박… 野 "자칫 역풍 불라" 출구 전략

입력
2016.03.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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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선거구 획정안 별도 처리 고려 않고 테러방지법 연계처리만 고집

원유철(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유철(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은 29일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전날 국회로 넘긴 선거구 획정안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것을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책임으로 돌리며 공세를 계속했다. ‘필리버스터를 정회하고 선거법을 먼저 처리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하고 야당 규탄대회까지 여는 등 강대강 대치 기조를 이어갔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국회가 마비되고 있다. 어쩌면 선거도 마비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문턱을 넘은 선거구 획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한다”며 “이제 결단은 야당의 몫이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포기하든지 20대 총선을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의 결단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오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전직) 국회 부의장, 상임위원장이 법적 근거 없이 (의장석에) 앉았을 때 (필리버스터는) 무효가 됐다”며 “지금 진행되는 필리버스터 절차는 무효이고 위법이기 때문에 즉각 중단하고 산회를 선포한 다음에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표결 처리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또 더민주 의원들이 140시간 넘게 발언하면서 허위사실을 언급했다면서, 이들의 명단과 발언록을 정리해 명예훼손 혐의로 당 차원에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의총 직후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본회의장 앞에서 더민주 규탄대회를 열어 ▦필리버스터 중단 ▦선거구 획정 등 여야 합의사항 이행 ▦경제활성화ㆍ노동개혁ㆍ민생입법 실천을 촉구했다.

이들은 규탄 결의문에서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국회를 봉쇄하며 역사에 죄를 짓고 있다”며 “테러를 방치ㆍ방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대한민국 안전을 볼모로 한 무모한 필리버스터 선거운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또 테러방지법과 관련한 야당의 여론전에 맞대응하기 위해 법안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날 당이 배포한 설명자료에는 테러방지법 제정으로 통신ㆍ금융정보 수집 대상은 현재 50여명인 ‘테러위험인물’에 국한되며, 통신감청은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받아 이동통신사가 자료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금융정보도 직접 계좌추적이 아니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검토를 거친 서면자료로 수집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9일 밤 국회 본의장에서 계속된 야당의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토론장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9일 밤 국회 본의장에서 계속된 야당의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토론장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민주, 선거법 막아선 여론 부담에 필리버스터 중단

'계속 강행' 의총 결론 비대위서 뒤집혀... 의원 반발 이어질 듯

더불어민주당은 29일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이 수정되지 않는 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다 밤 늦게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중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계속하자고 주장했지만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역풍을 우려해 이 원내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총회 결정이 비대위서 뒤집어짐에 따라 의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게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당내 기류는 ‘새누리당이 한 글자도 양보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강경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날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이 상임위까지 통과한 마당에 필리버스터가 선거법 처리를 막아서는 모양새가 되자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결국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열쇠는 우리에게 있는 게 아니라 저쪽(새누리당)에 있다”며 “출구는 (법적으로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는) 3월 10일이 되면 ‘자연 출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전날 “독소조항을 그대로 다 남겨둔 채 (선거법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더민주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며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제거 없이는 선거법 통과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이날 의총에서 필리버스터 출구전략 문제를 논의했다.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필리버스터 중단 시점에 대한 결정을 당 지도부에 위임키로 했다.

의원총회 한 참석자는 “2월 임시국회(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강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가는 것 외에는 달리 쓸 카드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경우 테러방지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

문제는 ‘선거법보다 시급한 법안은 있을 수 없다’던 더민주가 기존 입장을 바꾼 데 따른 역풍 가능성이었다. 개성공단 이슈 이후 여당이 친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겠다고 필리버스터로 선거법 처리를 가로막는 ‘자가당착’에 빠질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이렇게 버텨도 3월 10일 이후 곧바로 소집되는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이 처리될 수밖에 없는 국회법 조항도 고민을 깊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을 반영한 듯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후에 열린 의총 모두발언에서 새누리당에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공직선거법의 본회의 처리와 관련, “양당 합의만 있으면 선거법을 처리할 수 있다”며 “시급한 선거법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정회하는 데 합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안은 새누리당이 어떤 화답도 하지 않으면서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났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 중단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심야에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면서 7일간 이어진 야당의 필리버스는 막을 내리게 됐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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