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시민 필리버스터 현장선 “중단 결정 철회” 목소리 이어져
테러법 반대 36만명 온라인 서명
“국회 필리버스터는 중단돼도 시민 연설은 계속될 겁니다. 해결된 게 없는데 멈출 수 없죠.”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 ‘시민 필리버스터’ 현장. 곧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는 국회발 소식에도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단에 섰다. 제주에 거주하는 고교 2학년 김승수(17)군은 “행사 참석 차 서울에 들렀다가 시민 필리버스터 현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충분한 협의 없이 필리버스터 중단이 결정된 것을 보고 이 자리에 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짚은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 교수의 논문과 이은우 변호사의 분석문 등을 읽으며 1시간 넘게 연설을 이어 갔다.
이날 3ㆍ1절에 빗대 현안을 통찰하는 연설도 나왔다. 김준영(28)씨는 ‘3ㆍ1 민주구국선언문 전문’을 읊으며 “테러방지법 통과로 빚어질 민주주의 훼손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표를 얻느냐보다 또, 진보와 보수 등 진영논리보다 국민 행복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시민의 행동을 주문했다.
시민 필리버스터를 주도해 온 46개 시민ㆍ사회단체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버스터 중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나눔문화의 김재현 사회행동팀장은 “정치권이 테러방지법 통과에 따른 분명한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필리버스터 열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할 목적으로 시민들이 개설한 ‘필리버스터 릴레이’ 사이트(http://filibuster.me)에는 이날도 2,000건의 글이 올라왔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단상 등 정국 현안을 아우른 각종 게시물은 3만7,000여건이나 된다. 지난달 22일 온라인에 개설된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긴급서명’에도 36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참여했으며 ‘필리버스터 중단을 필리버스터하자’는 구호 역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야기를 들어줄 통로가 꽉 막힌 현실에서 시민들이 필리버스터란 수단을 접하면서 새로운 소통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정치권에 기대지 않고 시민 스스로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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