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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체제로" 필리버스터 시계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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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체제로" 필리버스터 시계 멈추다

입력
2016.03.0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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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 앞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46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지속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1일 국회 앞에서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46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지속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김종인 “선거는 결과가 중요”

더민주 의총서 최종 중단 결정

이종걸, 필리버스터 마지막 토론자로

테러방지법, 선거구 획정안

이르면 2일 본회의서 처리

야권 3당이 테러방지법안 국회 처리를 막기 위해 진행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2일 오전 중단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테러방지법안과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은 이르면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선거구가 확정되면서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4ㆍ13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의원총회를 열어 지난달 23일부터 이어 온 필리버스터를 멈추기로 결정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직접 나서 필리버스터 강행을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이번 회기(10일)까지 진행해도 새누리당이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면 우리로선 역부족”이란 현실론을 거론하며 “선거 결과는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열광하는 유권자만 보고 선거를 치를 수는 없지 않느냐”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아쉽지만 야당으로서 최선을 다했으니 지지자들을 다독이고 유권자들에게 총선 지지를 부탁하자”며 “테러방지법의 문제는 우리가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 꼭 고치겠다고 하자”고 강조했다.

앞서 29일 심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종걸 원내대표를 향해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가면 총선이 이념 논쟁으로 가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얘기할 수 없다”며 “이념 논쟁은 우리당에 좋을 게 없고, 경제 문제로 프레임(선거 구도)을 바꿔야 한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어 필리버스터 중단을 공식 선언하려 했지만 “얻은 것 없이 이렇게 멈춰서는 안 된다”는 의원들 반발에 따라 오후 의총 이후로 결정을 미루기도 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김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더 끌고 갈 경우 얻을 것과 멈출 경우 잃게 될 것을 따져 본 뒤 분위기가 좋은 지금 멈추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러나 진보 성향의 전통 지지자들에게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또 다른 독선 정치라는 비판의 여지도 줬다”고 분석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중단 결정을 두고 과거 당의 정체성 지키기에 무게 중심을 뒀던 더민주가 김종인 체제 전환 이후 총선 승리 목표를 위해 선제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비록 민심은 얻었지만, 총선에서 야당 표의 확산을 위해선 이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타이밍을 놓치고 결국 얻은 것 없이 다 잃었다는 혹평을 받은 점을 감안한 판단이란 시각도 있다.

더민주 비대위 관계자는 “수도권의 젊은 층과 호남지역을 제외하면 필리버스터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면서 “선거국면 전체를 감안하면 정말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설정한 이념 논쟁이 아닌 정권 심판을 위한 경제 실정 논쟁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의총 후 이종걸 원내대표가 마지막 토론자로 나서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했다.

1962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동료 의원의 구속 동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5시간19분 동안 연설한 이후 52년 만에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한 ‘2016년판 필리버스터’는 시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을 시작으로 9일째 이어져 온 필리버스터는 기록, 어록과 함께 정치 냉소에 빠진 유권자들에게 정치에 대한 새로운 면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일부 의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집착한 채 토론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을 반복하면서 또 다른 정치 무관심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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