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다” “학습 분위기 걱정” 갈려
재학생 학부모 대표는 유가족 측에 매년 추모제 여는 대신 정리 제안
4자간 소위 꾸려 추모사업 추진도
“참사 때 많이 와봐서 우린 상관없어요.”(신입생)
“얘들 생각은 반반인 거 같은데… 고민이 깊죠.”(재학생)
2일 새롭게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가족이 된 신입생 316명도, ‘기억교실(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교실)’10칸과 1,2년을 함께 했던 재학생 740여명도 선배들의 흔적을 지워야 할지, 보존해야 할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이들의 표정에선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을 선배들에 대한 애틋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입학식이 열린 단원구 올림픽기념관 내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재학생 김모(18ㆍ3학년)군은 “선배들 생각하면 (기억교실을) 없애는 게 쉽지 않지만…, 잘 모르겠다”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희생된 이들에 대한 예우 못지 않게 학교를 서둘러 정상화해야 한다는 걱정이 머릿속에서 교차했던 것이다. 다른 재학생 대부분도 입을 닫거나 자리를 피했다.
신입생 일부는 기억교실을 공동 생활공간으로 마주하게 된 현실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듯 했다. 첫 걸음을 내딛는 설렘 속에서 “상관없다”거나 “있어도 괜찮다”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신입생들도 있었다. 신입생 가운데는 희생학생들의 친인척 10여명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민 도교육청 장학관은 “직접 당사자인 재학생들의 견해를 물어 기억교실 갈등을 해결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아이들까지 대립으로 내몰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선배들의 문제여서 학생들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입학식에서는 장기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장과 4·16가족협의회(이하 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이 ‘사랑하는 단원 가족들에게 드리는 글’을 공동 낭독했다. 두 사람은 기억교실 존치 문제에 대해 “좋은 가르침과 배움의 터전을 이룩하는 슬기로운 합의가 멀지 않았음을 알린다”며 이른 시일 내 해결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들은 입학식 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달 28일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중재로 열린 이날 협상에서 재학생 학부모들은 학생회 주관 연례 세월호 추모제 개최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10억원 상당의 조형물 설치를 가족협의회에 제안했다. 대신 기억교실은 다음달 16일 참사 2주기 때까지 정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도 기억교실의 임시 이전관리와 (가칭)민주시민교육원 건립계획, 단원고 교육 비전 등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참여 주체들은 4자간(도교육청ㆍ학교ㆍ가족협의회ㆍ재학생 학부모) 소위원회를 꾸려 추모사업에 대한 기본안을 만들기로 하는 등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다. 또 기억교실 이전 시기 등 민감한 사안은 내부 논의를 거쳐 8일 오후 4시 다시 모여 협의하기로 했다.
종교계 중재 속에서 대화에 나서 교문폐쇄 등 파국은 막은 셈이다.
앞서 단원고는 입학식을 앞두고 기억교실 10곳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교장실, 교무실, 고사준비실, 컴퓨터실, 음악실 등을 리모델링해 부족한 8개를 임시로 만들었다. 1학년 교실은 1,2층으로 분산됐고 2학년6반은 기억교실 옆 칸으로 배치됐다. 교장실은 건물 밖에 들여놓은 컨테이너로 대체되는 등 교사들의 공간과 특별활동실 일부가 사라졌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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