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안에 공공성 보강해 심의 통과
면세점 이전하며 확장, 특혜 논란도
서울 도심에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이부진(사진) 호텔신라 사장의 꿈이 4전5기만에 이뤄졌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 자연경관지구인 중구 장충동2가 202번지 외 19필지의 신라호텔 부지 내에 한국전통호텔을 건립하는 안건이 이날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장충체육관 남쪽 신라호텔 지상 주차장과 기존 면세점 터에 지상 3층 91실 규모의 한옥호텔과 새 면세점이 2022년 문을 열게 됐다.
한옥호텔은 2011년 이 사장이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으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당시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유치라는 명분 아래 그 동안 신축이 금지됐던 자연경관지구 내 한국전통호텔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하자 이 사장은 곧 바로 한옥호텔 건립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사장의 도전은 4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신라호텔의 한옥호텔 건립안은 한국전통호텔만 심의 대상인데 기존 호텔 주차빌딩 계획까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2012년 7월과 2015년 3월 도계위 상정 전 반려됐다. 2013년 7월과 지난 1월에는 도계위까지는 상정이 됐지만 심의 과정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엔 부지 중 4,000㎡를 기부채납하고 한양도성 탐방로에 야간 조명을 설치하는 등 건립안에 공공성을 대폭 보강, 결국 심의를 통과하게 됐다. 여기에는 이 사장이 전통문화를 살리고 관광 산업도 키우겠다는 의지가 밑바탕이 됐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지난해부터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고택을 현대적인 숙박 시설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통 종가 음식을 상품화해 전세계에 알리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유산인 종가음식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날 “3,000억원을 투자해 한옥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고 한양도성, 남산과 어우러지는 관광 명소로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도 낙후된 한양도성 주변 환경 개선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원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 최초의 도심형 한국전통호텔이 건립되면 차별화된 관광숙박시설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관광도시 서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심의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다. 기존 면세점이 한옥호텔 자리로 이전하며 기존 매장 면적보다 40% 정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호텔신라는 호텔 사업에서 낸 적자를 면세점 사업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호텔신라 전체 매출의 90%는 면세사업부가 차지하고 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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