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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vs 안철수… 야권 리더 총선 대국 ‘희비 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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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vs 안철수… 야권 리더 총선 대국 ‘희비 쌍곡선’

입력
2016.03.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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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해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해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의 꽃놀이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여의도 정치권의 핵으로 등장했다. 1월 중순 문재인 전 대표가 삼고초려로 영입할 때만 해도 그는 부도기업의 법정관리인이었다. 당시 더민주는 정상적인 당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한달 뒤 김 대표는 당을 안정시키며 인수기업 대표의 입지를 굳혔고, 이제 40일 남은 4ㆍ13 총선 국면에서 판을 흔들고 있다.

당장 김 대표가 던진 야권통합 카드에 3일 여의도 정치권은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더민주에선 이런 김 대표를 승부사로 규정한다. 사실 야권통합은 누가 어느 시점에 꺼내느냐에 따라 파괴력이 좌우될 이슈였다. 김 대표는 2일 더민주가 9일간 이어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종결하자마자 이를 던졌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지율이 시소를 타다 더민주로 쏠리기 시작하는 흐름을 읽어낸 것도 그였다. 하루 뒤 통합대상으로 추락한 국민의당은 사분오열 됐고, 새누리당은 일여다야 구도가 뒤바뀔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지금 정치권에서 이런 판을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어 내는 건 김 대표뿐”이라고 했다. 53년째 정당인 생활에서 얻은, 정치판을 조망해 내는 그의 직관력도 탁월하다는 평이다.

김 대표 체제 이후에도 더민주에선 현역의원 컷오프(공천배제)를 비롯 숱한 문제들이 불거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김 대표가 당을 계속 흔드는데 당은 오히려 안정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당권과 공천권까지 장악한 김 대표의 비상대권 체제에 우려와 반발도 없지 않지만 이런 말은 당 밖으로 새나오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줄기차게 실용주의 전략을 내세우며 혁신을 역설한다. 이날 더민주 뉴파티위원회가 개최한 ‘버니 샌더스, 더민주당 혁신을 말하다’ 토론회에서는 야당이 잘못하면 여당이 일본 자민당처럼 장기 집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특정 계파가 패권을 가지고 당을 운영하는 식으로 야당을 끌고 가면 일당이 몇 십년 지배하는 그런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대표 발언들은 그간 정치인들이 숱하게 얘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말과 행동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재영입, 햇볕정책, 개성공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뚜렷한 입장 정리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당의 정체성이나 노선 유지’라는 운동권 중심, 이념지향에서 벗어나 있다. 대신 등 돌린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 대안, 선거에서 이길 능력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도 “그저 껍데기만, 구호적 이야기만 많이 하면서 실천하지 못하면 국민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대권 도전 같은 사심(私心)을 내세우지 않고 당에 올인(다 걸기)하는 것도 신뢰감을 주는 비결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3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장순식 박사 입당소개 및 원자력안전특위 위원장 위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3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장순식 박사 입당소개 및 원자력안전특위 위원장 위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초읽기 몰린 안철수

‘낡은 정치 타파, 중도 개혁’의 깃발을 들고 제3정당을 성공시키겠다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도전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2일 창당을 한 지 겨우 한달 만에 자신이 극복 대상으로 삼고 탈당한 더불어민주당에서 날아 온 ‘야권통합’ 폭탄에 휘청대고 있다.

위기는 리더십 부재에서 출발했다. 당이 대북 정책 노선을 두고 혼선을 빚고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했을 때도 그는 당 운영 방향을 정리하지 못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을 종식시키고 야권 통합론을 적시에 꺼내든 것과 정확히 대비되는 점이다.

위기 징후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1주차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안 공동대표의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2.9%포인트 하락한 8.2%였다. 서울 종로 출마를 준비 중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11%)보다 뒤진 것으로, 국민의당 창당 전 개인지지율로 돌아간 수치다.

수세에 몰린 안 공동대표는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그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부산을 바꿔! 국민콘서트’ 시작에 앞서 “(야권통합 제안은)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필리버스터 중단에 따른 국면 전환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직접 쓴 입장 발표문에서는 ‘비겁한 공작’ ‘오만’ ‘막말 갑질 정치’‘임시사장’ 등 평소 자주 쓰지 않던 강한 단어로 김 대표를 겨냥했다.

안 공동대표는 “더민주가 천정배 공동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영입 인사(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자객 공천한 게 불과 사흘 전”이라며 “한 손으로 협박하고 다른 쪽으로 회유하는 것을 비겁한 공작이라고 한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부산의 지역 정서와 더민주의 아킬레스건을 동시에 건드리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좋지만 그것이 어려우면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다”며 “그런데 지금 더민주는 원칙 없는 승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안 공동대표의 강한 반발은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더민주는) 총선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패권주의, 배타주의, 만년 야당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통합 제안에 흔들리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통합에 응할 경우 또 다시 유권자들의 비난 대상이 될 것이란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측근 그룹을 뺀 인사들 특히 더민주 탈당파 현역 의원들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게 안 공동대표로선 숙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탈당 인사 대부분 안 공동대표를 믿고 공천과 당선이라는 목표 때문에 당을 뛰쳐나온 것 아니겠느냐”며 “당의 간판인 안 공동대표가 떨어진 지지율 회복을 위해 거물급 정치인들 끌어 모은 거 말고는 보여준 게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게다가 돌파구를 찾아 이를 끌고 가기에는 당에 거물급 정치인들이 너무 많고, 이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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