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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건 푸드트럭, 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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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건 푸드트럭, 달릴 수 있을까

입력
2016.03.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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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년까지 1000곳 허용키로

현재 합법 운영은 양천구에 한 대뿐

장소에만 운영권 줘 이동성 못살려

기존 상권과 공생 가이드라인도 절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영업 허가를 받아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영업 중인 푸드트럭 스위트 츄러스에서 판매 음식을 맛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영업 허가를 받아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영업 중인 푸드트럭 스위트 츄러스에서 판매 음식을 맛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올해 창업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아이템은 이동형 음식점인 푸드트럭이다.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관한 규제개혁 장관 회의에서 나온 규제개혁 1호 사업인 푸드트럭은 같은 해 8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유원지 영업이 합법화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 시설이나 장소에서도 영업이 허용돼 확산 일로다.

서울시의 경우 내년까지 푸드트럭 1,000개의 영업을 허가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조례안을 마련한 상태다. 현재 식품위생법상 영업 가능한 8곳 외에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문화시설, 관광특구 등 5곳을 추가하고, 자격 유지는 2년으로 제한(1회 연장 가능)했다. 영업권 양도는 금지하고 메뉴는 주변 상가와 중복되지 않게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아 4월 시의회에 상정한다. 올해가 푸드트럭 산업화의 원년이라 해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앞서 푸드트럭이 2000년대 들어 법제화돼 문화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북미처럼 국내에서도 푸드트럭이 연착륙할 수 있을까.

7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푸드트럭은 단 한 대뿐이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14개의 푸드트럭이 유원시설과 도시공원, 체육시설, 대학 등에서 운영 허가를 받았지만 기존 상권과의 갈등 등을 걱정한 푸드트럭 운영자들이 계약기간을 2개월에서 1년으로 짧게 잡아 대부분 폐업 상태다. 3년 간 계약한 서울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의 스위트츄러스만이 유일하게 지금도 영업 중이다. 그나마 스위트츄러스도 추위에 공원을 찾는 이가 확 줄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휴업했다가 영상 10도 안팎으로 포근했던 6일에야 영업을 재개했다.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단기간의 경험이지만 창업 아이템으로서 푸드트럭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입을 모은다.

스위트츄러스의 김인순(29)씨는 “기존 음식점 창업과 비교도 안 되는 저렴한 부지 임대료 등 푸드트럭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아이스링크가 운영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 14일까지 6개의 푸드트럭을 운영한 하혁(35)씨는 “초기 창업비용이 많이 드는 기업형 프랜차이즈와 비교해 위험부담이 작아 청년들이 창업의 기초를 배우는 데 유용하다”며 “조만간 있을 5~10월 예술의전당 푸드트럭 영업자 공개 입찰에 다시 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푸드트럭 영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커피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을 한 자리에 모은 ‘밤도깨비야시장’을 열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푸드트럭 영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커피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을 한 자리에 모은 ‘밤도깨비야시장’을 열었다. 서울시 제공

문제는 각 지자체들이 청년실업 해소의 돌파구로 푸드트럭에 다걸기(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다. 서울시는 푸드트럭 1대당 3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보고 최근 ‘청년 일자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17년까지 푸드트럭을 통해 일자리 3,000개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기존 상권과의 갈등이나 불법 노점상과의 형평성 등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 양적 확산에 집중하는 데에 우려를 나타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법 노점에 불과했던 푸드트럭을 제도권으로 이끌어내면 경쟁력이 높아져 서민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기존 소상공인의 피해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나치게 확산 속도에 신경 쓰다 푸드트럭 공급 과잉으로 생기는 교통 혼잡 등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푸드트럭 산업이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에 접어든 미국 뉴욕에서는 푸드트럭 영업 허용 지역 내에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푸드트럭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최근 뉴욕 경제주간지 ‘크레인스뉴욕’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새벽 3시30분에 출근하는 푸드트럭 운영자를 다룬 기사를 실었다.

푸드트럭 운영자들에게는 날씨 등도 변수가 되기 때문에 막연한 사업에 대한 기대는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 김인순 스위트츄러스 운영자는 “사업을 10월에 시작했는데 추위에 대한 대비가 너무 없었다”며 “차량이 아닌 장소에 운영권을 주기 때문에 푸드트럭의 이동성을 살릴 수 없고 기존 상권과 갈등이 없는, 즉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 주로 영업 허가 대상지라는 점 등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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