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과 합병 이후
3200억 펀드로 생태계 재편”
KT, LG유플러스 반발
“가입자 유치와 저가 할인 경쟁은 이제 멈춰야 한다. 콘텐츠와 이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에 과감히 투자,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미국 인기 정치 드라마)를 만들겠다.”
케이블 TV 업체 CJ헬로비전과 합병을 추진 중인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이인찬 사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합병 후 국내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총 3,2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을 합병하게 되면 유료방송 가입자 60만명을 확보, 시장 점유율 28%를 차지하게 된다. 이 사장은 “가입자 기반이 확대되면 우리 가입자만으로도 의미 있는 투자를 해 볼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성공 사례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7,500만명의 가입자를 둔 세계 최대 유료방송 플랫폼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다. 이전까지 주로 방송사, 영화제작사 등이 만든 콘텐츠를 사다 유통하던 넷플릭스는 2008년 하우스 오브 카드를 직접 제작, 독점 공급하면서 급성장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일정 간격을 두고 한 편씩 공개하는 일반 드라마와 달리 한 시리즈의 전편을 동시 공개하는 방식을 통해 한꺼번에 몰아 보는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다. 이 사장은 “SK브로드밴드 합병 법인도 드라마 전편을 주문형비디오(V0D) 방식으로 사전 제작, 유료 플랫폼에 동시 개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이를 위해 합병 후 1,500억원을 출자하고 1,700억원 투자를 유치, 총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펀드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가상현실(VR) 콘텐츠 등 제작과 콘텐츠 관련 신생 창업기업(스타트업) 육성에 각각 2,200억원, 1,000억원씩 투입된다. 투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다시 펀드로 들어가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것이 SK브로드밴드의 목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 나오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합병 승인 여부 검토 결과를 앞두고 SK브로드밴드가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쟁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합병을 전제로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SK텔레콤의 주장은 방송통신에 이어 콘텐츠 유통 시장까지 독점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콘텐츠 투자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KT는 또 이날 자사 직원 A씨가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결의한 지난달 26일 CJ헬로비전의 임시 주주총회는 무효라며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을 둘러싼 경쟁사 간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KT 법인 대신 CJ헬로비전 주식을 보유한 KT 직원 1명이 소송을 낸 것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한 주총 무효 소송은 주주의 자격이 있어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소장에서 CJ헬로비전의 주식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돼 주주로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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